탄핵 인용에 삼성동 사저 시민들 '인증샷' 행렬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2017.03.1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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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파면](상보)주민들 "집회현장 될까 불안감도"…경찰, 경계 강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서는 '인증샷'(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조만간 이 자택으로 거처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직후 인근 회사 직원들을 중심으로 사저 주변을 촬영하고 사저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점심시간이 되자 인파는 더욱 모이고 있다.



'V'자를 그리며 회사 동료와 셀카를 찍은 이모씨(24·여)는 "경사가 났다"며 "역사적인 순간이라 기록해 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동료는 "명장면"이라며 웃었다.

시민들은 대체로 박 대통령 탄핵을 환영하는 표정이다. 회사원 강모씨(38)는 "헌재 재판관들이 만장일치로 탄핵을 결정한 것에서 보듯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이뤄진 것"이라며 "가슴 속에 꽉 막혔던 게 뚫리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자택의 이웃 주민들도 대부분 헌재의 결정을 지지한다. 회사원 박모씨(34·여)는 "이웃사촌으로서 박 전 대통령이 안쓰럽긴 하지만 잘된 것 같다"며 "얼른 새로운 대통령을 뽑고 탄핵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의 아버지는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대통령 됐다며 청와대로 떠나던 모습이 훤한데 명예롭지 않게 일찍 돌아오게 돼 안타깝다"며 "잘못을 뉘우치고 조용히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젊은 주민들은 한낮인데도 한 곳에 모여 술과 안주를 주문해 '파티'를 즐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한편으론 박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돌아오면 동네가 집회장소로 변하진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특히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의 초등학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을 나타냈다. 딸 2명을 해당 초등학교에 보낸다는 주부 김모씨(40·여)는 특히 집회가 열릴 가능성과 관련해 "아이들의 학업과 안전에 악영향을 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김모씨(41·여)는 "혹시 대통령이 집으로 돌아오더라도 며칠 시끄럽다가 검찰 수사를 받으러 다시 잡혀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동네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지 걱정하는 분위기도 읽혔다. 자영업자 김모씨(35)는 "가뜩이나 게이트가 터진 이후 이웃사촌 간이나 식구들 사이에서 정치적 이야기를 하다 말다툼을 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제 더 심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고령층은 또 다른 관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동네를 지켰다는 임대업자 김모씨(72)는 "잘못된 결과가 나왔다"며 "박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얼마를 챙긴 것도 없이 여자 한 명 잘못 만난 게 죄일 뿐인데 이웃으로서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래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박 대통령 자택 주변에는 취재진이 속속 모였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돼 자택으로 '귀가'할 경우를 예상해 미리 '목 좋은' 자리를 맡아놓은 것이다. 인근 초등학교의 녹색어머니회에서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10여명이 나와 등굣길 교통정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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