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세 변할까…보수 부활? 민심 어디로

머니투데이 이재원 기자 2017.03.1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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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朴대통령 파면]적폐청산 본격화, '개혁'이 새 키워드로

 3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차 범국민행동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조기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3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차 범국민행동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조기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면이 바뀌었다. 탄핵에서 대선으로. 정국이 격랑을 맞이한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도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겨울의 입구에서 국회를 통과한 탄핵소추안이 10일 봄을 맞이하며 인용됐다. 직무정지 후 92일, 탄핵심판 최종변론 후 12일 만이다. 선고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이제 새 국가 지도자를 뽑기 위한 60일간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탄핵을 이끈 촛불 민심은 어디로 향할까.

◇ '분노'에서 '불안'으로?…민심 향방은



탄핵 이전부터 국민의당 등 제3지대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불안'을 탄핵 이후 키워드로 들고 나섰다. 그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정국을 이끌어 왔다면, 탄핵 이후에는 국정혼란과 사회 분열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가 탄핵 이후에는 국민들의 '분노'를 대변해온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 유력 대선주자들의 기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탄핵 직전 한 국민의당 고위 관계자는 "탄핵 이후에는 미래 설계의 비전을 보여주는 쪽이 우세할 것이다. 문-안-이 세 후보가 경쟁하는 민주당의 구도는 탄핵 이후 '불안' 정국이 되면 푹 꺼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탄핵 인용으로 민심의 향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불안'이 '분노'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의견 역시 일치한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몇 달을 버텨온 민심이 쉽게 탄핵만으로 '불안'으로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정치권의 과소평가"라고 진단했다.

'태극기 집회'를 위시한 극우 보수 세력들이 야기할 사회적 혼란에 대한 우려도 적다. 소수 의견에 불과한데다 동력이 없어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극우 친박단체들의 집회와 격렬한 비난으로 일시적 사회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면서도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 선고가 내려진 만큼 반대의 명분이 적다. 동력을 상실한 만큼 정치권의 우려만큼 거센 저항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야권 분열? 'Again 1987' 가능성 '낮아'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벌어질 야권 분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제3지대론, 개헌연대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야권 분열로 정권 교체에 실패한 1987년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헌연대 등에 의한 야권 분열로 인한 패배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봤다. 조기대선이 이뤄지는 만큼 이합집산을 통해 이들이 정체세력화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을 시작으로 개헌연대 등 비문연대의 형성이 가시화하고는 있지만 정치공학적으로 한 명의 후보를 단일화 하는 과정이 너무 길고 험하다"라고 민주당 대세론이 쉽게 깨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의 민주당 이탈 가능성도 거의 없다. 한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현재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경쟁이 있기 때문에 대세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도전자 위치에 있는 안 지사와 이 시장이 당에서 빠지는 순간 전체 판이 무너지고, 후보들도 크게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시작된 적폐청산…새로 떠오르는 '개혁'

전체 판세의 변화는 적을 예정이지만, 그간 당을 막론하고 대선후보들이 외쳐왔던 '적폐청산' 등 구호의 내용에는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이미 탄핵을 기점으로 적폐청산이 시작된 만큼 "적폐청산 시작"을 주창하는 것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주자들의 과제가 될 예정이다. 최창렬 교수는 "변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 결국 제도의 개선과 개혁이 적폐청산"이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와 연대에 관한 내용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개헌 역시도 '권력 나눠먹기'식이 아닌 '적폐청산을 위한 개혁적 개헌'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임제, 단임제 수준의 논의를 넘어 적폐 청산을 위한 '국민소환제' 등 구체적인 내용의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분열된 국가를 하나로 묶을 '통합'도 중요한 키워드이지만, '개혁'이 더 우세하다는 의견이다. 애초에 분열을 논할 만큼 간극이 크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찬성과 반대가 8대2인 상황인데, 이것을 '양분'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 깊어진 보수정당의 '한숨'…마지막 기회 온 바른정당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한숨도 깊어진다. 탄핵에 사실상 유일하게 반대했던 정파인 자유한국당은 자숙하는 가운데 내부에서는 심한 요동을 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친박 꼬리표를 떼려는 몸부림이 심해지면서 '책임론' 등으로 내부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헌재 심판과 특검 수사의 공정성에 문제기를 제기할 가능성이나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원인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잡고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며 국면 전환을 꾀할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보수 세력의 집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보수 세력이 집결한다고 한들 유의미한 지지율이 확보될 지는 의문"이라며 "이미 박근혜 정부가 파탄난 시점에서 정책적 기반도, 지지기반도 모두 잃은 상태"라고 자조했다. 다만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출마할 경우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재집결 해 일정한 정치세력을 유지 할 수 있다고는 봤다. 다만 그들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바른정당에는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가 왔다는 평가다. 자유한국당이 '내부 책임론' 등으로 내홍을 겪는 사이 반사효과로 탄핵에 찬성했던 중도 보수 세력을 규합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탄생한 뒤 뚜렸한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진 상황에서 자기 색깔을 완전히 잃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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