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기 롯데 "중국 철수는 없다" 왜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17.03.08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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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업 비중 감내할만한 수준으로 판단, 철수시 더 충격…그동안 투자 결실도 포기하기 어려워

최대 위기 롯데 "중국 철수는 없다" 왜


중국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10조원 이상을 투자해온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이번 계기에 고전하고 있는 대형마트 부문을 중심으로 중국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롯데는 전체 사업포트폴리오에서 중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내할 만한 수준이고, 중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그동안 손실을 견뎌가며 쌓아온 노하우와 인프라를 지켜간다는 차원에서 당분간 중국 시장 철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기업은 국방부의 사드 부지 교환 요구에 응한 롯데다. 중국 당국이 소방 점검 결과를 토대로 99개의 롯데마트 중국 점포 중 이날까지 3분의 1이 넘는 39개를 영업 정지시켰고, 영업 정지되는 점포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 단기간에 재개되지 않을 경우 매년 적자를 내며 중국 시장에서 고전해 온 롯데마트의 손실은 확대가 불가피하다. 롯데마트 외에 현지 대형 마트들에 납품을 하고 있는 중간 거래상(경소상)들에게 롯데제과 제품을 철수하라는 구두 지침도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방치 속에 SNS를 통해 선동과 가짜 뉴스들이 퍼지면서 롯데에 대한 반감과 불매를 부추기는 목소리도 확산되는 추세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어 중국의 보복 조치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롯데는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2007년 롯데마트, 2008년 롯데백화점 등이 잇따라 진출해 현재 24개 계열사가 2만여명의 현지 직원을 두고 있다. 3조원을 투자하는 선양 롯데월드타운 등 진행 중인 투자 건도 적지 않다. 롯데의 중국 진출 이후 최대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무자비한 보복 조치가 취해지면서 롯데가 중국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기회에 험난한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기업 가치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중국에서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적자 규모가 1000억원을 넘었다.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 회장을 공격한 빌미도 중국 사업의 부진이었다.

그룹 내부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다. 롯데쇼핑은 지난 2월과 3월 열린 이사회에서 중국 사업 피해와 전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2월8일과 3월2일 이사회에서 중국 사업 영향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는 그럼에도 중국 사업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그룹 내 중국 사업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합친 기준으로 국내와 해외 매출 비중이 84.7%와 15.3%였다. 해외 매출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다른 국가도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중국 사업 비중은 더 낮아진다. 중국 사업이 크게 차질을 빚더라도 롯데쇼핑이나 그룹 전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정치적으로도 철수를 거론할 시점이 못된다는 게 롯데의 판단이다. 자칫 중국 정부를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투자가 어느정도 결실을 맺어갈 시점에 와 있다는 점도 중국 시장 고수의 배경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 전체로 보면 중국 시장 익스포저는 그리 크지 않다"면서 "중국 시장에서 갑작스럽게 철수한다면 그로 인한 충격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해외기업들도 중국시장에서는 투자 10년이 지나서야 이익이 났다"면서 "지금은 견뎌 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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