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증권 창업주 손녀의 거액 배당 화제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7.03.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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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화학, 시가배당률 6.1% 고배당 결정…상속세 절감용?

유화증권 창업주 손녀의 거액 배당 화제


성보화학 (2,900원 0.00%) 창업주 손녀의 배당이 화제다. 올해 받을 26억원을 포함해 11년간 배당만 70억원이 넘는데 내년에도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이한 것은 빚이 상당하다는 점인데 상속세를 덜 내기 위해 거액배당과 주식담보 대출을 엮는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성보화학, 시가배당률 6.1% 고배당 결정 = 지난달 28일 성보화학은 보통주 1주당 440원의 결산배당을 확정, 오는 24일 주주총회에서 이를 승인받을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시가배당률은 6.1%에 달한다.

총 배당액은 88억원인데 이 가운데 70%인 61억원 가량이 최대주주인 윤정선 성보화학 대표와 일가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는 1976년생으로 유화증권 (2,230원 ▲5 +0.22%) 창업주인 고(故) 윤장섭 명예회장의 손녀딸이자 고(故) 윤재천 전 성보화학 사장의 딸이다. 윤 명예회장은 지난해 5월 타계했고 윤 전 사장은 2007년 별세했다.

윤 명예회장은 1957년 성보실업을 시작으로 유화증권, 서울농약(현 성보화학)을 잇따라 창립한 '개성상인 1세대'로 유명하다. 서울 신림동과 신사동에 있는 호림박물관과 호림아트센터를 개관한 문화계 인사로도 명망이 높다.

윤 명예회장은 성보화학을 첫째 아들을 거쳐 손녀에게 물려줬고 유화증권은 넷째 아들인 윤경립 유화증권 대표가 맡고 있다.


호림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성보문화재단을 비롯해 성보장학회, 사회복지법인 여송, 성보실업, 일동통상 등은 유화증권이나 성보화학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성보화학이 이번에 결정한 배당은 사실상 최대주주 일가를 위한 것이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이들의 지분율이 약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윤정선 대표의 지분이 29.86%로 가장 높고 나머지 일가(문화재단 등 특수관계인 포함)가 40% 가량을 들고 있다.

유화증권 창업주 손녀의 거액 배당 화제
◇지난해 고양시 공장부지 매각 등으로 거액현금 마련= 윤 대표의 지분증가에 맞춰 배당이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윤 대표 지분율은 2006년 2.5%에 불과했는데 2007년에는 부친지분 상속으로 21.08%가 됐고, 2016년에는 타계한 조부의 지분이 더해지며 29.86%로 올랐다.

성보화학의 배당액은 2007년(2006사업연도 결산배당) 19억원에서 2015년 40억원, 올해는 88억원으로 증가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은 2006년 59.99%에서 지난해 말 69.82%로 치솟았다.

성보화학이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에 있던 공장 부지를 팔아 거액의 현금을 마련했다는 점도 눈길을 산다. 부지 매각은 2001년부터 거론됐는데 15년간 이뤄지지 않다가 공교롭게 윤정선씨가 대표이사에 오른 지난해 1270억원을 받고 LH에 넘겼다.

부지 매각차익이 반영되며 성보화학은 지난해 전년대비 22배가 넘는 7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자금을 토대로 거액의 현금배당이 이뤄진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흐름이 윤 대표의 지분상속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윤 대표는 지난해 4월 조부 보유지분 중 175만8480주(액면분할 반영)를 시간외거래로 매수했다. 거래금액은 115억원이다.

◇상속 대신 돈 빌려 주식매수… = 30%가 넘는 세율이 부과되는 상속과 달리 시장에서 주식이 오가면 별다른 세금이 없어 합법적으로 상속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

세무 관계자는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오간 현금도 상속세 과세대상이 되긴 하지만 주식을 직접 상속하는 것보다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방안이 상대적으로 많다"며 "문화재단이나 장학재단 출연을 비롯해 비용처리 등 다양한 채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가 조부의 지분을 사는 과정에 필요한 현금은 부친에게 물려받은 주식을 통해 마련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윤 대표가 부친에게 물려받은 주식을 담보로 지난해 은행과 증권사에서 거액의 자금을 빌렸다"며 "이 자금이 조부의 지분을 사들이는데 쓰였다"고 언급했다.

윤 대표가 지난해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주식은 317만여주다. 15일 주가(5980원)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담보가치가 190억원에 달해 실탄으로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담보대출에는 5~8% 안팎의 이자가 붙는데, 이 비용은 배당으로 충당하면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도 성보화학이 고배당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초 5000원대 중후반을 기록했던 주가는 배당락을 앞둔 12월23일 7500원대까지 급등했고 배당락일 이후 다시 11월 수준으로 내려왔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에는 성보화학이 시가배당률 기준으로 50% 배당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많았다"며 "주당 2500~3000원 배당 얘기까지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보장학회가 지난 연말 주가급등을 활용해 9만주를 장내 매도했다는 점을 보면 내부적으로 그 정도 배당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처분한 지분은 올 초 다른 관계사를 통해 다시 매수에 들어간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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