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질금리에 담긴 트럼포노믹스 기대감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2017.02.28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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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 자료=글로벌모니터/ 자료=글로벌모니터


은행에 예금하거나 채권을 사서 이자를 받는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아주 싫어합니다. 예를 들어 2%의 이자수입을 얻는다 해도 물가가 3% 올라 버리면 남는 게 전혀 없죠. 오히려 손해입니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예금한 경우 1년 뒤에 그 예금은 1020만 원으로 불어나 있습니다. 하지만 1년 전에 1000만 원으로 살 수 있었던 물건의 값은 이제 1030만 원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금자에게 있어서 명목상의 이자율 2%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실질 금리'입니다. 위 사례의 경우 예금의 실질 이자율은 마이너스 1%입니다. 명목 이자율이나 인플레이션이 어떻든 간에 실질 금리가 높아야 예금자들은 구매력이 늘어납니다.



그렇다면 실질 금리는 어떤 경우에 올라갈까요? 대개는 경제성장률이 높은 경우 실질 금리도 높습니다. 경제성장률이란 것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는 속도를 의미하니까요.

성장률이 높을 때에는 '실질' 투자 수익을 많이 얻을 기회가 흔해 돈을 빌리려는 수요도 늘어납니다. 자연히 '실질' 이자율도 높아지는 것이죠.



위 그래프는 미국의 실질 시장금리라고 할 수 있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의 최근 추이입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로 실질 시장금리가 껑충 뛴 모습이 보이죠. 미국 정부가 감세정책을 위해 돈을 더 많이 빌릴 것이라는 전망, 감세 덕분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인상에 나선 뒤로 실질 금리는 한 계단 더 높이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미국의 실질 시장금리는 다시 대폭 떨어졌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하락하는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는 양상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여전히 실체가 없고, 언제 어떻게 실행될지 불투명하다는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실질 금리가 하락하는데 맞추어 금값은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과는 정반대 양상이죠. 금값을 움직이는 것은 실질 금리입니다. 금은 이자가 붙지 않는, 실질 금리가 0%인 투자자산이기 때문입니다. 금을 사게 되면 실질 금리를 얻을 수 있는 다른 투자에 비해 불리하죠. 그래서 시장의 실질 금리는 금을 보유하는데 따르는 '실질 기회비용'입니다.

달러의 가치도 미국의 실질 금리에 의해 결정됩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로 달러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를 위 그래프의 실질 금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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