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 투자의 두얼굴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17.02.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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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이제 한국도 중국 사업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입니다.”

얼마 전 만난 중국 M&A(인수·합병)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후 중국 정부의 한국 투자 승인이 까다로워졌지만 모든 분야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교육분야를 꼽았다.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투자는 사실상 금지됐지만 교육업체 투자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호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하려면 중국 상무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 기업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교육업체는 온라인 콘텐츠나 오프라인 놀이학교 등 유아콘텐츠로, 이미 물밑작업 중인 업체도 여럿 있다고 이들은 귀띔했다.

국내 교육업체들도 중국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자신들이 공들인 콘텐츠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또 중소 교육업체들의 기업가치 눈높이가 높지 않아 중국 투자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1가구 2자녀 정책을 전면 실시한 중국은 2020년까지 매년 1700만~2000만명 정도가 태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교육이 발달한 한국 교육콘텐츠에 중국 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 셈이다.

교육분야처럼 중국에 꼭 필요한 사업의 경우 한한령 속에서도 여전히 문호는 열려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K팝이나 화장품이 가장 먼저 한한령의 규제 대상이 된 것도 이런 프레임을 더 이상 충족하지 못해서라고 지적했다.

화장품이나 엔터테인먼트 등은 이미 중국 기업들이 충분히 자체 제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더 이상 한국 기업들에 시장을 내줄 이유가 없어진 상황이었는데 사드 배치가 빌미가 됐다는 것이다.


결국 한한령을 극복하는 방법은 중국을 얼마나 아느냐에 달려있다. 사업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현재 중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세밀하게 분석한다면 교육분야 외에 한한령을 뛰어넘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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