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잃은 삼성, 망연자실…'비상경영체제' 돌입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7.02.17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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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략실 중심으로 비상경영 '시동'..각 계열사 CEO들의 역할 중요해질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법원이 17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81,300원 ▲500 +0.62%)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삼성그룹은 '비상'이 걸렸다.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를 맞은 삼성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 가동을 시작했다.

이날 삼성 고위관계자는 "상상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지금 상황에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무사귀환'을 기대하며 사무실에서 밤새 비상대기했던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은 허탈함과 함께 망연자실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했던 이 부회장의 구속에 일단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경영체제를 갖추고 향후 재판을 대비해 체계적인 법적 대응 준비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자신이 구속된 상황에서 미래전략실 없이는 정상적인 그룹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삼성과 총수 일가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미래전략실은 항상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변화해 오는 과정에서 미래전략실도 항상 옷을 갈아 입었다. 역설적으로 미래전략실은 삼성 변화의 주요 타깃이면서도 그 변화를 추진하는 동력이 돼 왔다.

미래전략실 내부적으로도 고민은 많다. 그룹 수뇌부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실차장(사장)은 여전히 특검의 피의자 신분이다. 경영에만 전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일단 현 미래전략실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실제 사업을 맡은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 CEO들은 과거 위기 상황에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8년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을 앞두고 터진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비자금 폭로로 '선장'을 잃었다. 당시 이 회장은 회장직 퇴진을 선언하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났고,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전략기획실도 해체했다.

당시 삼성은 59개 계열사를 총괄하는 이 회장이라는 '정신적 지주'를 잃은데다, 이 회장의 뜻을 계열사에 전달하던 전략기획실까지 해체되면서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릴 위험에 처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최고고객책임자(COO) 자리를 내놓고 해외사업장으로 떠났다.

그룹 해체에 비견될 만한 위기 상황에서 삼성은 약 40명의 각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하는 사장단협의회를 구심점으로 삼았다. 사장단협의회는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이 없는 '협의' 기구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산하에 '브랜드관리위원회'와 '투자조정위원회'를 비상설 조직으로 두고 필요시마다 중요한 현안을 조정했고, 이를 실무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업무지원실을 상설 조직으로 운영했다.

계열사간 의견 충돌 가능성 및 원만한 조율에 대한 회의적 전망도 있었다. 회장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사장단협의회의 좌장을 맡아 운영됐다.

이듬해인 2009년 초 경영진, 경영조직 재정비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상시조직으로 신설했고,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60세 이상, 5년 이상 장기 재임 CEO가 대부분 물러났고, 50대 중반의 젊은 CEO들이 대거 전면에 등장했다. 이 같은 쇄신은 삼성의 '재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됐고, 2010년 11월 이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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