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에 걸린 아이도 황금똥…"미역 먹을래요"

머니투데이 박은수 기자 2017.02.1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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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꿈꾸는 서재] <30>'나와라 황금똥! 마법식당'

변비에 걸린 아이도 황금똥…"미역 먹을래요"


"응가를 도와주는 친구들이 누구였지?"
"바나나, 시금치, 미역, 사과, 고구마."

"그럼, 응가를 힘들게 하는 악당들은 누구였더라?"
"피자, 치킨, 과자, 도넛, 빵."

'나와라, 황금똥! 마법식당'을 세 번쯤 읽고 난 후 아이에게 퀴즈를 내봤습니다. 책 내용을 잘 이해했나 궁금하기도 하고 응가를 도와주는 친구들을 잘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아이는 기특하게도 정답을 척척 알아맞힙니다. 덕분에 제 기분도 좋아집니다.



'마법식당'은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간 예빈이가 요정 아줌마를 만나면서 변비를 낫게 한다는 황금 고구마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야옹 군을 따라 요정 아줌마가 만들어준 커다란 바나나 보트를 타고 알록달록 섬으로 출발한 예빈이. 하지만 향긋한 바나나 냄새에 보트를 야금야금.
"바나나는 달콤한 데다, 부드럽고 예쁜 똥이 나오게 해 주죠."



변비에 걸린 아이도 황금똥…"미역 먹을래요"
섬 가까이에서 춤추는 미역 미끄럼틀을 타고 신이 난 예빈이는 미역도 냠냠.
"미역은 오래된 똥도 미끄르르 나오게 해 준답니다."

이어 섬에 도착한 예빈이는 시금치, 사과, 배추, 가지를 하나씩 먹으면서 뱃속이 점차 편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알록달록 섬의 황금 고구마와 인스턴트 군대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싸움이 벌어지고 '쾌변 레인저스'가 나타나는데…. 예빈이는 과연 황금똥을 눌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도 변비에 걸려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변기에 앉았는데 1시간 이상, 때론 하루 이틀 동안 울면서 괴로워한다면? 그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은 아마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잘 모를 겁니다. 병원에 가서 변비약을 먹이는 것도 그때뿐, 배 마사지도 해주고 변비에 좋다는 푸룬쥬스도 먹여보지만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합니다.


결국 평소에 먹는 음식이 중요한데 아이가 미역은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응가를 도와주는 음식이니 많이 먹어야 한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밥 사이에 잘게 자른 미역을 숨겨서야 간신히 몇 조각 먹일 수 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마법 식당에 등장하는 음식 캐릭터들은 그동안 멀게만 보였던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친근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꽉 막힌 마음까지 뚫어준다며 쿵푸 무술을 취하고 있는 바나나 요정, 거센 회오리 모양을 만들어서 자기에게 한번 빠지면 나올 수 없다고 호언장담하는 미역 요정, 하트 화살을 쥔 채로 누구든 홀딱 빠지게 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과 요정 등 '쾌변 레인저스'가 등장하는 장면은 마치 만화 속 영웅이 튀어나올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길러줍니다.

한편 '마법식당'은 제1회 비룡소 캐릭터 그림책상 우수상 수상작답게 장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익살스럽고 코믹한 캐릭터들이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합니다.

◇'나와라 황금똥! 마법식당'=김진희 지음. 비룡소 펴냄. 44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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