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생과사업, 매출비중 '3%'의 반란 꿈꾼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7.02.14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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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17%...국내 최대 규모

LG화학 (361,000원 ▼6,000 -1.63%) 생명과학본부(옛 LG생명과학)가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기술수출을 통한 실적 개선과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선언하더니 항암제 개발 전문가까지 영입했다.

13일 LG화학 생명과학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당뇨 치료제 제미글로와 필러 이브아르에서 약 200억원 기술 수출료와 마일스톤을 받았다. 해당 수입은 고스란히 영업이익에 반영돼 지난해 급격한 영업이익 증가에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생명과학본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5323억원으로 전년보다 18.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7.2% 급증한 4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증가액의 상당 부분이 기술수출에서 발생한 것이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2003년 미국 FDA 허가를 받은 토종신약 1호 '팩티브'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드물었던 생명과학본부로서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



당뇨병 치료제 글리아티린 판권을 종근당에 뺏긴 대웅제약이 자사 매출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옛 LG생명과학과 계약을 맺고 제미글로 국내 판매에 공을 들인 덕도 봤다. 제미글로는 내수에서 530억원 매출이 발생했다. 전년대비 2배가 넘는 규모다. 생명과학본부는 올해 제미글로와 이브아르 해외 판매에 에너지를 쏟을 계획이다.

LG화학의 신성장동력답게 연구개발 여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생명과학본부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난해 830억여원에서 올해 1000억원으로 늘렸다. 올해 예상 매출액 5900억원의 약 1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매출액 내 투자비 비중이 이 수준인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는 지금까지 한미약품 정도에 불과하다.

신약개발 의지는 손지웅 한미약품 전 부사장 영입으로 더 선명해졌다. 손 부사장은 한미약품 8조원 기술수출의 주역으로 신약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상품화 하는 데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한미약품이 2015년 5조원에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랩스커버리 기반의 당뇨 신약이 대표적이다. 5조원 가운데 1조2500억원이 감액됐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신약 콘셉트를 정확하게 짚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미개척 영역이던 항암제 개발도 업계의 주된 관심사다.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제약업계는 LG화학이 항암제 개발에 뛰어들 가능성을 높게 본다. 손지웅 본부장은 아스트라제네카 근무 시절 항암제 신약물질 탐색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을 지냈다. 계약이 해지됐지만 베링거인겔하임에 수출한 3세대 표적항암제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도 손 본부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생명과학본부 매출액이 LG화학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조금 못 미쳤다. 그러나 올해 기대 매출 성장률(10.8%)은 전지사업(19.6%) 다음으로 높다. LG화학은 장기적으로 생명과학이 전사적 성장을 견인할 주역이 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생명과학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업종 특성상 잠재력이 무한해 또 하나의 성장축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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