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질병과 쌀 문제만큼은 확실히 해결 하겠다"

머니투데이 대담=강기택 경제부장, 정리=정혁수.민동훈 기자, 사진=임성균 차장 2017.02.13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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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관광·유통·가공·수출 등 힘써 4차산업 대비한 농업 고부가가치 이끌어 낼 터"

“조류인플루엔자(AI)가 좀 잠잠해 지나 싶더니 산란계가 대거 살처분 되면서 계란수급에 난리가 났다. 급히 미국에서 계란을 들여와 한 숨 돌리나 했더니 이번에는 구제역이 터졌다. 현장방역 챙기고 수습책 만들다 보니 지난 몇 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장관 재임시 가축질병과 쌀 문제만큼은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기반을 확실히 만들어 놓겠다. 수출농업, 미래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화 등 농축산업만큼 중요한 산업도 없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요즘 하루는 ‘25시간’이다. AI·구제역 민간합동 상황회의, 국회 상임위원회 등 그가 주재하거나 참석해야 하는 회의가 한둘이 아니다. 시·군 방역현장 지휘와 이들을 격려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파김치’가 될 법도 하지만 김 장관은 뚝심 있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이번에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쌀 수급, 소·돼지 등과 같은 문제가 지금까지 농업의 주된 관심사였다면 앞으로는 농업의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위한 정책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내다봤다. 그는 “농업은 생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체험관광은 물론 유통·가공·수출 등을 통한 미래 일자리 창출기회가 무궁무진한데 이러한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6개월을 맞는 김재수 장관을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만나 소회와 앞으로의 정책 운용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장관 취임 6개월을 맞는 소회는.
▶지난해 9월 취임한 뒤 쌀 공급과잉, 청탁금지법 시행,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한시도 마음 편할 날 없이 바쁘게 보냈다. AI는 진정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구제역이 발생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에게 농업·농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농업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 일자리 창출에도 농식품 분야가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겠다. 농업은 생산만 전부가 아니다. 관광이나 유통, 가공, 수출 등 다양한 후방산업과 연관이 돼 있다. 청년들 농업분야로도 많이 와서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업무보고에서 농식품 ‘수출 100억불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고 했는데 대책은.

▶올해 농식품 수출목표 70억불에 농식품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농기계, 농약, 비료, 농자재, 사료, 동물의약품 등 각종 전·후방 산업 등 30억달러의 수출목표를 더해 1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수출정책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박람회 참가 지원 등 유망시장을 발굴하고 농식품과 함께 ‘품종-농기자재-재배시스템’ 등 연관산업 품목을 연계한 패키지형 수출 지원 등을 할 것이다. 농식품 연관산업의 분야별 수출방안도 3월에 내놓을 계획이다. ‘젊은이들을 수출선도역군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아프로’(AFLO, Agriculture Food Leadership Organisation)‘ 프로젝트도 준비중이다. 청년 100여명을 aT지사가 없는 아프리카 등으로 보내 현지 시장조사와 시장개척을 타진하는 프로그램이다.


-먹거리 생산 농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데 복안이 있는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우리 농업도 기존의 ’생산농업‘을 넘어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등과 융복합하는 ’고부가가치 미래성장산업‘으로 변해야 한다. 바이오기술을 바탕으로 한 농생명 소재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농업혁신을 위해선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이다. 전략적 중점투자 분야와 현장의 기술수요를 반영한 연구를 늘리도록 계획이다. 연구결과가 실험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창업, 제품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지원사업이나 농식품 벤처 창업 지원 사업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쌀 잉여 시대다. 올해 쌀 수급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지난해 쌀 초과공급량이 30만톤 수준이었다. 벼 재배면적 감축, 소비촉진 등을 통해 초과공급을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게 목표다. 예전에는 쌀 생산을 많이 하는 게 최우선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오히려 쌀 생산을 줄이면 포상을 한다. 올해도 지자체별 감축 목표 면적을 정하고, 기존 사업 연계를 통해 재배면적 감축 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를 통해 2019년 이후 수급균형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 쌀 수급 불균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불제 개편이 불가피할 것 같다. 계획이 있나.
▶쌀 직불제를 포함한 9개의 농업 직불제는 농업개방에 대응해 농가소득을 안정시키고 구조개선을 촉진시키기 위해 순차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다만 직불제 도입 이후 20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변화된 농정 여건을 반영하기 위해 직불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핵심원칙은 △직불제의 생산 연계성 완화 △직불제 구조의 효율적 재편 △공익적 기능 강화 등이다. 특히 대상 농지에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에도 변동직불금을 지급해 쌀 생산과의 연계성을 완화하거나, 수급자에 휴경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식품 분야 피해가 어느 정도인가. 또 어떤 수준에서 개정해야 한다고 보나.
▶청탁금지법이 지난해 9월28일 시행된 이후 화훼와 한우, 외식업 등에 소비 위축 등 일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화훼의 경우 지난해 10~11월 소매 거래금액이 전년 대비 2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도매 거래물량은 13%, 거래금액도 2.1% 줄어 들었다. 한우도 소비위축 등으로 도매가격과 수송아지 거래가격이 지속 하락세이고 한우식당 매출액도 19.1%나 감소했다. 외식업체의 평균 매출액도 21.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부터 농축산, 외식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TF를 구성, 운영하며 품목별 업계 동향을 지속 점검하고 있다. 유통단계를 개선해 거품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살리되 부작용은 줄이는 식으로 가야 한다.

-사상 최대의 AI피해가 발생했다. 근본적인 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최근 AI 의심신고 건수가 줄어들고 있어 진정되는 추세로 보인다. 정부는 일일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지역별 방역상황을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발굴해 당일 바로 개선조치를 취하는 등 AI 완전 종식까지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매년 150여만 마리의 겨울 철새가 유입되는 상황에서 AI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완전 차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철저한 방역이 필요하다. ’가축질병 선진화 종합계획‘을 4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현행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 경계경보 방식은 신속히 퍼지는 상황에 맞지 않아 1~2단계로 단순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번 AI 대응과정에서 전(全)부처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모델을 발굴한 것은 하나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계란·채소 등 장바구니 물가 상승폭이 크다. 농식품 분야 물가안정 방안이 있다면.
▶사실 일반적 체감과는 달리 가계소비 지출액 중에서 농축산물 소비 비중은 지속 감소해 6.6%에 불과하다 . 소비자들이 매일 접하는 필수재여서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다. 현재 가격이 크게 상승한 품목은 AI 발생에 따른 계란을 비롯해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 피해로 공급이 원활치 않은 무와 배추 등이다. 다행히 그간 수급안정 노력으로 최근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계란의 경우 과감한 수입결정은 일부 유통업체의 사재기를 방지하여 시장안정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평년대비 높은 가격이 전망되는 계란과 노지채소 중심으로 수급안정 대책을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가장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은 계란의 경우 생산기반을 조기에 회복하는데 중점을 두겠다.

-AI에 겹쳐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축산농들의 걱정이 크다. 특단의 수습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데.
▶정부는 발생 즉시 AI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제역·AI 중앙사고수습본부로 통합 운영하고, 긴급방역 체제를 가동중이다. 산발적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농가 간 전파 방지를 위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철저한 방역조치를 실시하겠다. 또 농장 소독 등 차단방역 강화와 백신 접종 철저 등 축산농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워낙 전파속도 빠르고 공기로 전파되다 보니 우려가 크지만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다. 백신접종에도 항체형성이 제대로 안된 건 접종 방법이나 횟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종합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고 있다.

-끝으로 국민께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그간 우리 농업은 주곡자급이라는 성과를 이룩했다. 하지만 대외개방 및 고령화 등으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농업이 국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앞으로 농업계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함께하는 ‘국민농업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업·농촌이 앞으로 안정적 식량공급을 넘어서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장년층에게 가공·유통·수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담=강기택 경제부장, 정리=정혁수.민동훈 기자, 사진=임성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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