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는 4대 위협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7.02.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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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임직원 임금 동결과 브랜드 가치 추락 배경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국내 1위의 자동차기업인 현대·기아차의 상황이 최근 심상치 않다.

지난달 현대·기아차그룹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51개 계열사 과장급 이상 간부의 임금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0월부터 계열사 소속 전체 임원 1000여 명의 급여 10%를 자진 삭감하는 조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일 영국 브랜드 컨설팅 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17년 글로벌 500대 브랜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올해 브랜드 가치는 전년보다 무려 23단계 하락한 60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이렇게 직원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브랜드 가치마저 추락하는 수모를 겪는 데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지속적인 내수점유율의 하락이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 현대차 (249,500원 ▼500 -0.20%)기아차 (118,200원 ▲1,600 +1.37%)의 합병 이후 70%대의 견고한 내수점유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2008년 76.8%로 점유율이 정점을 찍은 후 매년 하락세를 지속했고, 지난해에는 65.4%로 주저 앉았다.



반면 국내 경쟁사인 한국GM은 지난해 '스파크'와 '신형 말리부'를 앞세워 내수 시장에서 약 18만대를 판매하며 점유율이 10%대에 육박했다. 또한 'SM6'와 'QM6' 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르노삼성은 지난해 약 11만대를 판매해 점유율을 2015년 4.4%에서 6.1%로 끌어올렸다.

게다가 국내 소비자의 수입차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잇따른 차량 결함 및 리콜 축소 의혹 등이 겹치면서 현대·기아차그룹은 이제 60%대 내수점유율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심각한 수익성 악화와 생산성 부진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매출액 146조3619억원, 영업이익 7조65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전년 대비 12%나 감소했다.


특히 현대차 (249,500원 ▼500 -0.20%)의 경우 지난해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2.3% 하락한 3조4810억원이며, 전체 판매 대수(485만8000대)로 나눈 1대당 영업이익은 72만원에 불과하다. 현대차의 대당 수익은 2011년 168만원에 달했지만, 이제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악화됐다.

현대차의 생산성은 글로벌 경쟁 브랜드와 비교할 때 크게 낮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평균 임금이 9600만원, 기아차는 9700만원에 달해, 토요타의 평균 임금 7961만원, 폭스바겐의 평균 임금 7841만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근로자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HPV(Hour Per Vehicle, 자동차 1대를 완성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차 국내 공장의 경우 26.8시간으로 나타나 토요타의 24.1시간, 폭스바겐 23.4시간보다 긴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이다. 최근 미국의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바움앤드어소시에이츠(Baum & Associates LLC)에 따르면 국경세가 부과될 경우,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기아차 (118,200원 ▲1,600 +1.37%)의 대당 평균 가격이 3000달러 정도 인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기아차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 시장으로의 판매는 거의 포기해야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기아차의 주가도 곤두박질쳐 2월 초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향후 한미 FTA도 재협상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정을 개정하려는 의도인만큼 대미 수출 장벽이 높아지고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늘어나게 돼, 결과적으로 현대·기아차는 수출과 내수 모두 타격을 입을 것이 예상된다.

넷째, 투자 부진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약화이다. 다국적회계감사기업 PwC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2015년 연구개발(R&D) 투자액은 폭스바겐이 18조9000억원(약 153억달러)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토요타 11조3700억원, 다임러-벤츠는 9조3900억원, GM 9조1300억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5년 현대·기아차의 R&D 투자액은 약 3조7000억원으로 1위인 폭스바겐의 6분의1에 불과했고, 업체별 자동차 R&D 투자 순위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또한 지난 3년간(2013~2015)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폭스바겐은 5.2%, 도요타 3.5%, GM 4.6%에 달했지만, 현대·기아차는 2.5%내외에 불과했다.

이러한 R&D 투자 부족은 곧바로 글로벌 시장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시장 판매 대수는 787만6000대로 전년대비 1.7% 감소했다. 또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7년 1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1월 자동차 수출 대수는 17만9395대로 전년동월대비 1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폭스바겐은 전년대비 3.8% 증가한 총 1031만2400대를 판매해 토요타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토요타는 1위를 빼앗기긴 했지만, 판매량이 전년대비 0.2% 증가한 1017만5000대를 기록했고, GM 역시 전년대비 1.3% 증가한 996만5238대를 판매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R&D 투자는 곧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고려할 때 현대·기아차의 R&D 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폭스바겐이나 토요타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매수 의견을 제시했지만, 지배구조 개편만으로 현대·기아차가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들이 쉽게 해결될지 의문이 많다. 현대·기아차 주식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 충분한지 두고 볼 일이다.

현대·기아차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는 4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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