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오른쪽)과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가 지난해 12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65)에게 질문했다. "본인은 사업가라고 생각하나, 의사라고 생각하나?". 차 회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과학자로 불리기를 원한다".
과학자, 의학자로서 차 회장의 자존심은 지난해 말 제대혈 불법 시술 의혹을 처음 보도한 방송사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확인된다.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개발할 때 아들에게 효과 확인을 위해 접종한 것처럼…". 신약개발을 위해서라면 자신이나 가족을 피연구자로 삼는 모험도 감행할 자세가 돼 있다는 의미다.
◇의료의 '비즈니스화' 주역 = 강남차병원에는 차도르를 입은 여성에서부터 금발의 서양인, 동남아시아인 등 다양한 국적의 여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게 난임 여성들이다. 난임부부들에게 우선 시술받고 싶은 병원을 꼽으라면 열에 예닐곱은 차병원이다.
그가 국내외에 세운 의료·대학 등 법인만 30여개에 이른다. 최순실 사태로 오히려 발 디딜 틈 없도록 유명세를 탄 차움에서부터 강남·분당차병원, LA·도쿄 병원 및 셀클리닉, 줄기세포 상장기업 차바이오텍, 바이오 전문 투자회사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차의과대학 등 의료와 관계된 거라면 국적과 업태를 가리지 않는다.
◇줄기세포로 엮은 '정·의 유착' 오명 = 차움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프리미엄 토탈 헬스케어 서비스 센터다. 회원권이 1억5000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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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예방과 건강관리, 줄기세포 보관과 치료, 헬스클럽부터 수영장까지 건강과 관련해 없는 게 없다. 2010년 설립 초기만 해도 의료계는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호화시설일 뿐이라며 낮게 평가했지만 차 회장은 보란 듯이 성공 시켰다.
차움은 그러나 의료 로비의 수단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비회원인 최순실씨가 회원 전용 서비스를 누리는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공짜 회원 서비스를 받았다.
'비선진료' 의혹을 받는 김상만씨도 차움 재직 시절 박 대통령에게 대리처방을 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일본 차병원인 도쿄셀클리닉에서 고가의 면역세포 치료제를 절반 값에 주사 맞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줄기세포배양 치료기술이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보니 일본에 법인을 두고 한국에서 환자들을 모집해 일본으로 보내는 것으로 안다"며 "김기춘 전 실장 사례를 보면 의료 로비의 한 수단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대혈 불법 시술은 그의 지금까지 경력과 명예를 모두 실추시켰다. 그는 자신을 천연두 백신 개발자 제너에 비유하며 스스로를 제대혈 연구대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은 크게 떨어진다. 자신의 아내, 부친까지 9차례 제대혈 시술을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대혈 기증 엄마들의 모임측은 "제대혈은 단순한 아기의 피가 아니다. 엄마들에게 제대혈은 아기 몸의 일부"라며 "제대혈 기증에는 엄마들의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데 차광렬 회장 일가가 이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상 시술주체만 처벌될 뿐 시술을 받은 사람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지만 복지부의 수사 의뢰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제대혈 기증자들의 민·형사상 소송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차병원그룹측은 "차 회장이 연구목적으로 제대혈 투여를 했다는 공식적인 입장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