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뷰티, '사드 보복'보다 무서운 건 따로 있다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7.02.07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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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와 관련해 실질적으로 피해를 본 건 아무것도 없어요. 지난해 실적은 더 좋아졌습니다.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오히려 중국을 자극할까봐 그게 더 걱정이에요."

지난해부터 국내 화장품 업계를 휩쓸고 있는 단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다. 지난해부터 따이공(보따리상) 규제, 위생허가 지연 등으로 긴장감을 조성됐다. 최근에는 중국 세관의 한국 화장품 무더기 수입 금지 조치 소식이 알려지며 절정에 달했다.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화장품 관련주는 급락했다. 실질적인 피해가 없는 기업들도 'K뷰티'라는 이유만으로 미끄럼틀을 탔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는 사드 배치 결정 이전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했다. 마치 사드 때문에 중국이 보복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좋던 관계도 틀어질까 걱정된다는 거다.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을 이루면서 법규 등 관리 체계도 글로벌 수준으로 엄격해졌다. 더 이상 '꽌시'(關係)로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있는 중국이 아니란 얘기다.



중국 법규 동향, 현지 네트워크 구축, 소비자 분석 등을 통해 철저히 준비해온 기업들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사드의 '사'자만 나와도 휘청이는 건 'K뷰티 열풍'만 믿고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뛰어든 업체들이다.

다음달 1일부터는 상하이 푸둥신항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화장품(특수화장품 제외)에 한시적으로 등록관리제가 실시된다. 당장 위생허가증이 없어도 3~4개월만에 중국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분명 '희소식'이다. 하지만 절차만 간소화된 것 뿐 지켜야할 것들은 그대로다. 사후 검사 후 제품이나 관련 서류에 문제가 있다면 가차없이 퇴출이다.

사드 영향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엔터테인먼트·여행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류 스타들의 중국 활동과 한국 단체 관광 제재 조치는 중국 당국자도 에둘러 시인했다. 스타 마케팅, 면세점 등 화장품과 관련 깊은 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꽌시'도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비리로 점철된 관계'가 아닌 '신뢰로 쌓아올린 관계'라는 점이 달라졌다. 사드보다 두려워해야할 것은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한국 브랜드니 좋아할 것'이라는 원칙 없는 '안일한 생각'이다.

기업에만 채찍질을 할 수도 없다. 중소업체들은 제품력이 있어도 자본력 있는 대기업과 출발선부터 다르다. 이들이 원칙을 지키는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몫이란 것도 잊어선 안된다.
[기자수첩] K뷰티, '사드 보복'보다 무서운 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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