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가 잔량만 1000억'… 반기문 테마株 초토화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2.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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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 지엔코 대주주, 주식 팔아 400억원대 현금화

'하한가 잔량만 1000억'… 반기문 테마株 초토화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튿날인 2일 테마주 지엔코의 주식 호가창에는 하한가 잔량이 3000만주 쌓였다. 이날 하한가인 3530원을 기준으로 해도 하한가 잔량은 1000억원에 달했다.

네이버 지엔코 종목게시판에는 게시글이 1000개를 돌파했다. 게시판에는 "전 재산을 몰빵했는데 한강 가야 할 것 같다"는 글부터 "반 총장을 찾아가 불출마 취소를 요청하자"는 글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탄식이 즐비했다.



지난해 말부터 기승을 부리던 반기문 테마주가 단명했다. 반 총장의 불출마 선언과 함께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됐던 주식들은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반기문 테마주' 지엔코 (425원 ▲4 +0.95%)가 전일 대비 1500원(29.82%) 하락한 35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야, 파인디앤씨가 30% 급락했고 보성파워텍 광림 씨씨에스 케이씨피드 와이비엠넷 큐캐피탈도 가격 제한폭까지 밀렸다. 반기문 테마주 급락에 이날 코스닥 하한가 종목은 9개에 달했다.



반기문 테마주와 관련주 급락에 코스닥도 큰 폭의 약세를 나타냈다. 2일 코스닥지수는 10.64포인트(1.71%) 내린 613.04에 마감했다. 테마주로 인한 시장 교란에 실망한 외국인이 421억원을 순매도한 영향이 컸다.

◇테마주 지엔코, 대주주만 웃다=반기문 테마주의 대장주로 꼽힌 지엔코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가 반 전총장의 외조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편입됐다.

잠잠하던 주가는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본격 상승을 개시했다. 3000원대였던 주가는 넉 달 만에 3배 급등해 12월16일 9550원까지 올랐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절차와 함께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계열사 큐로홀딩스와 케이파트너스, 자회사인 큐캐피탈은 주가 상승기를 틈타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벤처캐피탈인 큐캐피탈파트너스는 2015년 유상증자로 취득한 222만7000주를 12월7일, 1월9일 두 차례에 걸쳐 180만주 처분하며 100억5400만원을 현금화했다. 222만7000주의 취득금액이 27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5배 가까운 수익이다.

특수관계인이자 계열사인 큐로홀딩스도 1월19일 보유주식 5만2000주 전량을 주당 6230원에 처분했다. 다른 특수관계인 케이파트너스도 보유 중인 462만4885주 가운데 1월4일 시간외매매로 200만주 처리했고 1월11일에 잔여 주식 262만4885주도 시간외매매로 처분했다. 각각의 처분단가는 6930원, 7370원을 기록, 약 332억원을 현금화했다.

대주주인 큐로컴을 제외하고 주요 주주인 큐캐피탈, 케이파트너스, 큐로홀딩스가 대부분의 지분을 시간외매매로 처분해버린 것이다.

◇테마주 끝물? 투자 주의해야=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난데없이 등장한 '황교안 테마주' 국일신동이 29.99%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대통령 탄핵안 가결시 조기 대선이 예상돼 테마주가 급락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테마주는 하향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대주주가 지분을 매도하는 '황당 테마주'는 더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2012년 대선을 풍미한 안철수 테마주 미래산업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래산업은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주와 안철수 간에 친분이 있다'는 막연한 소문에 정치 테마주로 분류됐다. 200원대에 불과했던 주가는 2012년 9월 1891원까지 치솟았고 창업주인 정문술 회장은 고점에서 보유주식 2400만주를 모두 팔아치웠다. 사장과 임원도 74만주를 매도해 최대주주가 우리사주조합으로 바뀌는 기막힌 일이 발생했고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봤다.

관련 당국은 테마주를 실시간 감시하며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제도팀 관계자는 "대선 기간을 틈탄 이상 급등 종목에 대한 불공정거래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며 "테마주에 집중 투자하는 대량 매매 계좌를 정밀 분석하고 금융감독당국과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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