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트럼프 악재 칼날, 막아낼 방패는 실적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1.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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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던 트럼프정책 실행에 불확실성↑…작년 4분기 영업익 30조 깜짝실적 기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 여파에 31일 코스피가 하락 마감했다. 트럼프 정책 가시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증시의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낙관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6.02포인트(0.77%) 내린 2067.57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302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올 들어 최대치였다.



지난 26일 200만원을 터치한 삼성전자도 차익실현 매물에 1.10% 하락했고 실적 부진에 자동차 업종이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에도 불구, 이익률 '쇼크'에 9.02% 급락했다.

◇주식시장 당분간 '숨고르기'=설 연휴 동안 글로벌 증시는 트럼프의 반이민정책 불확실성에 대부분 하락세였다. 트럼프 취임 1주일 만에 발생한 일이라 글로벌 투자자들은 경계심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트럼프 공약의 특징은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뒤섞여있다는 점이다. 1조달러의 인프라 투자 공약이나 법인세 감면은 주식시장에 큰 호재로 인식되지만 반이민정책과 보호무역주의는 악재로 분류된다.

실제 다우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키스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사인하는 등 규제완화를 발표한 당일(24일) 2만선을 돌파했지만 반이민정책이 이뤄진 이후에는 급락하는 등 민감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이민 행정명령은 트럼프가 대선 유세기간 여러 번 언급한 내용으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나' 의심하던 정책이 실제로 실행된 점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평했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트럼프가 무역장벽과 관련된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인지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실익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보호무역주의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당분간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김일구 센터장은 "무역장벽 강화가 현실화되면 미-중 교역분쟁이 예상되며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글로벌 주식시장의 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반환점 돈 4분기 실적=지난 24일 확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POSCO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충당금이나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매년 부진했던 '4분기 징크스'를 깨고 깜짝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영업이익 30조원 돌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임혜윤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이 최근 5년간 전망치를 평균 23% 하회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소폭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며 "이를 감안할 때 영업이익 30조원을 무난하게 돌파하며 최근 5년래 가장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 덕분에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비 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다만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가 압도적인 성장세를 나타냈고 자동차는 전년비 이익이 감소하며 부진한 흐름이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업종 가운데 '깜짝 실적'의 랠리를 이어받을 업종으론 화학과 에너지가 꼽히고 있다. 수출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가 예상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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