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폐지대란 '나비효과'…국내 골판지업계 '지각변동'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7.02.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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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스모그 저감정책 탓에 한국산 폐지 싹쓸이..국내 폐지가격 인상으로 중소업체 '휘청'

중국發 폐지대란 '나비효과'…국내 골판지업계 '지각변동'


중국발 폐지 '싹쓸이' 현상으로 국내 골판지 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산 폐지를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중국 업체들 탓에 촉발된 폐지 수급난으로 중소 골판지 업계에서는 '도산'으로까지 내몰리는 경우가 나오는 반면, 골판지 대기업들은 더욱 몸집을 키우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어 대조된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으로 수출된 국내 폐지의 2014년 35만톤에서 지난해 40만톤으로 14% 증가했다. 특히 골판지 원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골판지용 폐지(고지)는 같은 기간 중국 수출물량이 6만4000톤에서 9만3000톤으로 45% 급증했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국산 골판지용 고지의 양은 지난해 7월 5500톤에서 8월 9800톤으로 뛰어오른 뒤 12월 1만6300톤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국산 폐지가 이처럼 중국으로 대거 빠져나가는 것은 국제문제로까지 비화한 ‘스모그’ 현상을 해결하려는 중국정부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9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환경문제 해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거센 요구에 직면한 중국은 자국 내 폐수발생 저감을 위해 영세한 제지회사의 약 30%에 ‘환경인증’을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제지 생산량 조절에 나선 바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중국 내 제지 공급량이 줄고 폐지 발생량이 감소하자 안정적인 폐지 조달을 위해 중국 업체들이 웃돈을 주면서까지 한국에서 폐지를 싹쓸이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중국 업체들이 제시하는 골판지 수출단가는 국내 가격 대비 1톤당 5만~6만원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폐지가 중국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국내에서는 수급 불균형으로 폐지가격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2016년 8월 1㎏당 140원이던 국내 폐지 유통가격은 이후 매달 10원이 상승해 12월 현재 180원까지 올랐다. 4개월새 29% 상승한 수치다. 폐지는 골판지 등 제지를 새로 만들기 위한 필수 원자재로 생산원가의 절반 이상(50~70%)을 차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폐지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골판지업계가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만 3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경영난이 가중되며 중소업체들 중에는 도산하는 사례도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 포장용 상자를 제조하는 동국판지는 지난해 12월 폐업한 데 이어 이달 초 파산이 확정됐다. 반면 원자재 수급부터 원지 및 상자 제조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뤄 상대적으로 원자재 수급 및 가격변동 대응에 유리한 5대 골판지 대기업은 더욱 세를 확장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대양그룹은 골판지 상자 업체 태성산업을 지난해 12월 인수했고 아세아그룹 역시 최근 골판지 원단 및 상자업체 동광판지의 골판지 상자 제조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고려제지는 경북 성주에 공장을 신설하고 2월부터 본격 운행할 예정이며 한국수출포장은 750억원을 투자해 증설한 충북 음성공장을 2018년부터 가동할 방침이다. 대림제지는 올해 연말 완공을 목표로 300억원을 투자, 오산공장 증설에 돌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위기상황은 여력이 있는 업체들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골판지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영업활동이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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