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포켓몬 고'서 청와대 영빈관까지 보인다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김현아 기자, 박광범 기자, 이슈팀 양현대 기자 2017.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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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국내에 정식 출시된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GO)'에서 청와대 등 주요 군사·안보시설이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머니투데이 '꿀빵'이 직접 실험(영상참조)한 결과 '포켓몬고' 게임에서 청와대 내 관저, 경호실 등 주요 건물이 표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켓몬고'는 비영리 온라인 지도 '오픈스트리트맵'을 이용해 국내 지형 정보를 제공한다.



오픈스트리트맵은 2004년 영국에서 시작한 비영리 온라인 지도 프로젝트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처럼 누구든지 지도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추가할 수 있다.

문제는 오픈스트리트맵에 △청와대 △국정원 △미군기지 △국내 군 활주로 등이 모두 노출돼 있다는 것. 청와대의 경우 오픈스트리트맵에는 영빈관, 관저, 경호실 등 청와대 내부 건물 위치까지 표시돼 있다.

국가공간정보 기본법 제35조에 따르면 공개가 제한되는 공간정보에 대한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보안관리규정을 제정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은 군사·안보시설에 대한 정보를 삭제한 채 지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네이버 지도'와 '다음 지도'엔 청와대는 공터로 비워져 있다. 청와대 울타리 밖에 있는 청와대 사랑채까지만 표시한다. 당연히 청와대 내부의 각 건물 위치도 파악할 수 없다. '청와대'를 검색해도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

청와대 위치를 가린 네이버 지도(왼쪽)와 청와대 내 주요 건물 위치까지 표시된 오픈스트리트맵(오른쪽)./사진=각 지도 캡처청와대 위치를 가린 네이버 지도(왼쪽)와 청와대 내 주요 건물 위치까지 표시된 오픈스트리트맵(오른쪽)./사진=각 지도 캡처


국내 업체의 지도 데이터를 받아 서비스하는 '구글 지도'는 청와대 사랑채 위치도 표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청와대'나 '청와대 사랑채'를 검색하면 해당 위치와 사진이 검색된다.

국정원도 마찬가지. 국내 지도에는 국정원의 위치가 파악 불가능하다. 구글 지도조차도 국정원을 검색하면 전혀 다른 검색 결과가 나온다.

오픈스트리트맵에는 정확한 국정원 위치가 표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군사시설로 분류해 놓았다.

오픈스트리트맵의 지도정보를 적용한 게임 '포켓몬고'의 경우 해당 지역의 노출을 개발사인 나이언틱랩스가 직접 차단해야 한다.

지난 24일 열린 '포켓몬고' 출시간담회에서 데니스 황 나이언틱랩스 아트총괄이사는 "군사기밀 위치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필터링하도록 노력한 상태"라며 "혹시 문제 사례가 있으면 빨리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복궁 근처에만 접근해도 게임 속에서 청와대 경호실, 영빈관 등의 건물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용산미군기지는 내부시설뿐 아니라 주변 길까지도 노출되지 않도록 차단돼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포켓몬고' 국내 서비스 시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데니스 황 나이언틱랩스 아트총괄이사(왼쪽)와 포켓몬 IP를 제공하는 임재범 포켓몬코리아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포켓몬고' 국내 서비스 시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데니스 황 나이언틱랩스 아트총괄이사(왼쪽)와 포켓몬 IP를 제공하는 임재범 포켓몬코리아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주요 보안시설이나 군사시설을 지도 서비스에 노출하지 않는 것은 '안보 위협'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구글이 정부에 신청한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가해주지 않은 가장 큰 이유도 '안보 우려'였다. 정밀 지도가 외부로 유출되고 위성영상까지 결합될 경우 정밀 타격이 수월해지는 등 안보 위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당시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구글이 서비스하는 위성영상(구글어스)에서 국내 주요 보안시설을 블러(흐릿하게) 처리하고 저해상도로 처리해줄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구글이 기업정책상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며 구글의 지도 반출 요구를 불허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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