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으로 전이암 조기 진단 ‘FAST 디스크’ 개발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7.01.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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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교수·박도윤 박사 공동연구팀, 혈액서 암세포 효과적 분리 기술 개발

혈액을 넣은 FAST 랩온어디스크와 이를 회전시킬 장비/사진=UNIST혈액을 넣은 FAST 랩온어디스크와 이를 회전시킬 장비/사진=UNIST


혈액 내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암세포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를 활용하면 전이암의 조기 진단은 물론 환자맞춤형 암 치료가 가능해진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의 조윤경 교수(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리더), 부산대학교병원 박도윤 교수팀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진은 암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혈관 내를 순환하는 종양세포(CTC)를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CTC는 암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핏속에서 떠다니는 종양세포다. 이들이 다른 조직에 부착하면 전이암이 발생하게 된다. 이 세포를 미리 찾아내면 전이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지만, 혈액 1㎖ 속 CTC는 수십 개 미만으로 매우 적어 검출하기 어렵다. 같은 양의 혈액 속에 적혈구는 수십억 개, 백혈구는 수백만 개 존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조윤경 교수/사진=UNIST조윤경 교수/사진=UNIST
조 교수팀은 ‘FAST(Fluid Assisted Separation Technology·미세유체 제어기술)’를 랩온어디스크(Lab-on-a-disc)에 적용해 수㎖의 혈액에서 1분 내에 CTC를 95% 이상의 효율로 포획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랩온어디스크에 마이크로 필터를 장착시켜 크기 차이로 세포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FAST 랩온어디스크 위쪽으로 혈액을 넣은 뒤, 구동장치에 넣고 회전시키면 크기가 작은 혈구세포가 필터 아래쪽으로 빠져나가고 CTC만 남는다. 필터는 랩온어디스크 가운데에 들어가는데 혈액이 걸러지는 아래쪽에는 항상 물이 채워진다. 채워진 물이 ‘마중물’ 역할을 해 혈액이 필터 전면에서 고르게 걸러지므로 CTC가 손상되는 것도 막는다.

기존 CTC 검출은 혈액에 복잡한 전처리 과정을 해야 하고, 비싼 시료도 필요했다. 또 CTC 표면에 있는 단백질을 이용하는 방식은 정확도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다. 필터로 CTC를 걸러내는 기술도 있었지만 필터가 자주 막혀 분리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임민지 UNIST 생명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FAST 랩온어디스크는 원심력 기반 유체제어기술을 활용해 세포들을 부드럽고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며 “마중물이 필터를 한 차례 적셔주기 때문에 필터 전체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혈구세포와 CTC를 분리하는 시간이나 효율 등의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142명의 다양한 암환자와 50명의 정상인의 혈액 검사를 진행해 CTC 검출 성능을 검증했다. 특히 폐암환자의 혈액에서 분리한 CTC에서 조직검사 때와 동일한 유전정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분자진단이나 맞춤형 진료에 이 기술을 활용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조 교수는 “소형 장비를 활용하고 사용법이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기술”이라며 “조직 검사가 아닌 채혈만으로 암세포를 검출할 수 있어 향후 전이암의 조기 진단이나 항암치료 효과의 모니터링 등 암의 진단과 치료에 유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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