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도깨비'를 대하는 중국의 두 얼굴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베이징 특파원 2017.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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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두 얼굴이 있다.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헷갈릴 정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제재 차원에서 사상 최고 수위의 ‘한한령’(한류금지령)이 시행되며 중국 TV는 물론 동영상 사이트에서조차 새로운 한류 드라마가 자취를 감췄다. 특히 정치 중심지인 베이징의 위성방송 BTV는 ‘높은 분’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중국 내 어떤 위성방송보다 한한령에 민감하다는 후문이다.

[광화문]'도깨비'를 대하는 중국의 두 얼굴


하지만 정반대 얼굴도 있다. 최근 종영한 한국 드라마 ‘도깨비’는 지난해 12월 초 첫 방영 이후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는가 싶더니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도깨비는 한·중간에 정식 판권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중국에서 이를 보려면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이 과정은 불법이지만 중국 젊은층은 너나 할 것 없이 '도깨비'에 열광했다.



인기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중국 최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웨이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깨비’ 페이지는 조회수가 32억6000만건에 달한다. 워낙 인기가 높다 보니 언론들도 이를 무시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시가 경영·편집권을 갖고 있는 유력 일간지 신징바오는 24일 도깨비 여주인공 김고은 관련 기사를 1개 면에 걸쳐 소개했을 정도다. 김고은이 10년간 베이징에 거주했다는 내용과 ‘치즈인더트랩’과 ‘은교’ 같은 역대 주요 작품은 물론 배우 신하균과 교제 사실까지 다루고 있다. 서슬 퍼런 한한령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중국의 두 얼굴 사례는 또 있다. 2012년 9월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선언 이후 중·일 갈등이 불거진 11개월간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이전보다 28% 급감했다. 중국 내 토요타 매장에 불을 지를 정도로 악화된 민심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9월 증가세로 돌아선 중국인 관광객은 2014년에는 전년 대비 83% 폭증했다.



이런 중국의 두 얼굴은 ‘폭풍전야’인 미·중 무역전쟁 예고편에서도 감지된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인다면 중국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강공을 펴야 한다며 연일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미국이 가장 아파할 보복 조치들을 중국 상무부가 모두 조사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은 여기서도 두 얼굴이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을 앞세워 트럼프와 만나도록 한 것이다. 미국 내 ‘100만명 일자리 창출’ 같은 유화 제스처를 통해 트럼프 반응을 떠본 셈이다. 미국의 기세에 눌리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중국의 솔직한 두 얼굴로 보인다.

중국의 이런 양면은 이제 우리에게 또 다른 돌파구를 만들어줄 수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과 상대하려면 한국과 강한 대립을 지속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도 미·일과 대립하는 한편 필리핀이나 베트남은 껴안으려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중국 두 얼굴의 또 다른 변주다.


우리는 이 기회에 사드의 꼬인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드 레이저 탐지 거리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문화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이나 남중국해 분쟁 같은 현안에서 중국의 체면을 살려준다면 중국이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이런 문제들에 대한 우리의 외교적 입장은 분명히 서 있다.

이를 활용해 지금까지 강경 입장만 고수해 온 중국이 두 얼굴을 보일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이 해법은 미·중 무역갈등이 긴장되는 상황에서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상황에 따라 두 얼굴, 세 얼굴로 얼마든지 ‘변검’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원종태 베이징 특파원원종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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