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대화' 준비 안 된 '포켓몬 고' 간담회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7.01.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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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이머들이 고대하던 AR(증강현실)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가 드디어 한국에 출시됐다. 게임이 나온 지 6개월 만이다. 게임을 제작한 미국 나이언틱 랩스는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서비스에 대한 의지와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나이언틱의 일방적이고 불친절한 태도는 이들이 추구한다는 가치와 전혀 맞지 않았다.

포켓몬 고는 갑작스럽게 한국에 출시됐다. 나이언틱은 전날 오후 홍보대행사를 통해 간담회 개최를 알리면서 발표 내용은 물론 참석자도 밝히지 않았다. 대부분 간담회가 사전에 대략적인 내용을 알리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다. 물론 게임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라면 포켓몬 고 출시 관련 내용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 갑작스런 공지에도 불구, 많은 기자들이 간담회에 참석한 이유다.



나이언틱의 데니스 황 아트총괄이사는 예상대로 포켓몬 고 한국 출시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언론의 관심사는 지도였다. 그동안 포켓몬 고 한국 출시 지연과 구글의 지도 반출 문제가 얽히면서 다양한 추측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구글의 사내 벤처에서 독립한 나이언틱은 구글 지도 기반으로 포켓몬 고를 개발했다. 정식 한국 출시를 위해선 별도 지도 데이터가 필요하다.

질의응답 시간이 오자 지도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데니스 황 이사는 "공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기자들이 직접 지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으나, 데니스 황 이사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그가 나이언틱의 유일한 참석자였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콘텐츠와 서비스 계획 관련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명확한 메시지를 파악할 수 없는 두리뭉실한 답변만 이어졌다.



나이언틱은 30분 만에 일방적으로 간담회를 끝내려다가 기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다음 일정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질문을 3개 더 받았다. 데니스 황 이사는 추가 질의에서도 지도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반드시 본사와 검토해서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나이언틱이 밝힌 회사의 목표는 게임을 매개체로 친구, 가족들과 야외에서 새로운 경험을 느낄 수 있는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게임으로 사회적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나이언틱이 이날 보여준 태도는 사회적 관계의 기본인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느낌을 줬다. 한국을 굉장히 중요한 국가라고 치켜세웠지만 대화를 나눌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나이언틱이 한글화에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는 포켓몬 고는 일부 지명을 알파벳으로 표기하고, 일부 부자연스러운 번역을 담은 채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까지 한국을 대하는 자세가 이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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