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불확실성, 틀 깰 정도 아니다"

머니투데이 사회=강기택 경제부장, 정리=유영호 이동우 정혜윤 기자, 사진=김창현 기자 2017.01.2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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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상무관 좌담회]"미국 시스템속에서 조율될 것… 한중관계 불확실성 본질은 경쟁력 상실"

[2017 상무관 좌담회] - 통상환경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선제적 대응 전략

24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2017 상무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내외 통상·무역 불확실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하석호 멕시코(멕시코시티) 상무관, 최지영 유럽연합(EU·브뤼셀) 상무관, 윤영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자카르타) 상무관, 문동민 일본(도쿄) 상무관, 김창규 미국(워싱턴DC) 상무관, 이호준 중국(베이징) 상무관./사진=김창현 기자24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2017 상무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내외 통상·무역 불확실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하석호 멕시코(멕시코시티) 상무관, 최지영 유럽연합(EU·브뤼셀) 상무관, 윤영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자카르타) 상무관, 문동민 일본(도쿄) 상무관, 김창규 미국(워싱턴DC) 상무관, 이호준 중국(베이징) 상무관./사진=김창현 기자


-참석자 : 김창규 미국(워싱턴) 상무관, 이호준 중국(베이징) 상무관, 문동민 일본(도쿄) 상무관, 윤영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자카르타) 상무관, 최지영 유럽연합(EU·브뤼셀) 상무관, 하윤호 멕시코(멕시코시티) 상무관

-사회 : 강기택 머니투데이 경제부장



24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2017 상무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내외 통상·무역 불확실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하석호 멕시코(멕시코시티) 상무관, 최지영 유럽연합(EU·브뤼셀) 상무관, 윤영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자카르타) 상무관, 문동민 일본(도쿄) 상무관, 김창규 미국(워싱턴DC) 상무관, 이호준 중국(베이징) 상무관./사진=김창현 기자24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2017 상무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내외 통상·무역 불확실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하석호 멕시코(멕시코시티) 상무관, 최지영 유럽연합(EU·브뤼셀) 상무관, 윤영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자카르타) 상무관, 문동민 일본(도쿄) 상무관, 김창규 미국(워싱턴DC) 상무관, 이호준 중국(베이징) 상무관./사진=김창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한 통상환경이 우리에게 좀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범위나 틀을 깨는 정도는 아니다. 다만 도전적이기는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업무 첫날인 23일(현지시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하고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추진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가 단순한 ‘말잔치’가 아니었음을 증명한 것이다.



미국만 문제가 아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반발해 온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 소녀상 설치를 계기로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통보해온 일본의 조치 등 말 그대로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머니투데이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모은다는 차원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 나가 있는 상무관들에게 대응전략을 들어봤다.

-사회=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통상·무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현지에서 보는 시각은 어떤가.
김창규 미국(워싱턴) 상무관 / 사진=김창현 기자김창규 미국(워싱턴) 상무관 / 사진=김창현 기자
▶김창규 미국 상무관(이하 김 상무관)=‘트럼프노믹스'(Trumpnomics)를 두고 불확실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틀을 깨는 수준의 불확실성은 아니다. 미국은 시스템이 작동되는 나라다. 트럼프노믹스도 미국이란 시스템 속에서 조율될 것이다. 도전적인 상황은 맞지만 불확실성만 강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호준 중국 상무관(이하 이 상무관)=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문제 등 한·중간 정무적 어려움이 있다. 중·미 갈등에서 속에서 우리가 타격받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중국의 산업·기업·기술경쟁력이 한국을 이미 좇아왔고 또 추월해나간다는 것이다. 얕보다가 이 부분을 놓치면 안된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의 정책 변화로 받는 영향이 너무 큰 것도 문제다.

▶문동민 일본 상무관(이하 문 상무관)=일본은 불확실성을 전파하기보다 변수에 피동적으로 영향을 받는 나라다. 우리 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변수에 따른 엔화 환율 움직임이다. 현재 110엔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예상치 못한 충격파가 발생하면 엔화 쏠림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이호준 중국(베이징) 상무관 / 사진=김창현 기자이호준 중국(베이징) 상무관 / 사진=김창현 기자
▶하윤호 멕시코 상무관(이하 하 상무관)=멕시코를 비롯한 중미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은 트럼프 미국 정부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움직임이다. 멕시코 생산법인을 가진 우리 기업의 경우 생산량의 60~70%를 미국에 수출 중이다. NAFTA 재협상이 현실화될 경우 영향은 불가피하다.

▶윤영진 ASEAN 상무관(이하 윤 상무관)=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중 베트남 등 4개국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회원국이다. TPP가 어그러지면서 우려가 커지는 측면이 있다. 또 트럼프 정부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ASEAN은 미국의 4위 무역수지 흑자국이다.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통상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최지영 EU 상무관(이하 최 상무관)=올해 EU의 불확실성 요인은 브렉시트와 난민, 선거 등 정치적 부분이다. 경제는 빠르지는 않지만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걱정되는 것은 EU의 통상정책 기조인 자유무역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EU는 다른 경제권보다 여파가 적을 것으로 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TPP 탈퇴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NAFTA 재협상 가능성도 높아진다.
▶김 상무관=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는 기본적으로 다자협상에 부정적이다. 협상은 양자가 해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철학이다. NAFTA 재협상은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NAFTA를 기존처럼 다자 채널이 아닌 미국·멕시코, 멕시코·캐나다, 캐나다·미국 등 각자 형태로 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보면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TPP가 좌초하면서 미국과 일본간 무역협정을 추진할 것이다. 앞으로 한·미 통상관계를 설정하는데 중요한 팩트가 될 수 있다.

문동민 일본(도쿄) 상무관 / 사진=김창현 기자 문동민 일본(도쿄) 상무관 / 사진=김창현 기자
-미·중간 ‘통상전쟁’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현실화시 우리나라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상무관=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인상(45%), 환율조작국 지정, 지식재산권 보호 및 수출보조금 중단압력 강화 등을 언급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준비를 마치고 나름 대응해나갈 것이다. 중·미간 통상마찰 발생시 우리 경제에 대한 2차 효과도 불가피하다. 정부가 미국 및 중국과의 협력과 소통을 강화해나가는 한편 마찰 가능성에 대비해 교역대상 다변화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 상무관=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도는 대선 후보 당시의 공약 실행 가능 여부 및 그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통상마찰이 발생해도 미·중간 경제협력의 거시적 국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한 기업가로서 각종 산업의 이익을 수렴할 때 극단적이거나 독선적 결정은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설혹 트럼프가 보호주의 조치를 취해도 다양한 경제·문화 요소를 통해 완화돼 실제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 많다. 각 시장에서 지역별 통상·무역환경에서 우리가 공략할 만한 기회 요소는 무엇이 있나.
▶문 상무관=수출시장으로서의 일본시장도 있지만 일본 밖 일본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누적 해외투자가 1조3000억달러에 달한다. 각 사업장은 세계 각국에 있지만 납품이나 구매 권한은 모두 일본 본사에 있다. 일본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면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 멕시코 등 신흥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다.

▶김 상무관=미국 GDP(국내총생산)가 18조달러다. 올해 2.5% 성장이 예상된다. 나아가 트럼프 정부는 3~4% 성장률을 말한다.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시장은 세계의 프리미엄 마켓이다. 미국시장을 뚫으면 전세계로 접속할 수 있다. 인프라, 에너지,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도 합작 형태로 활용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윤영진 ASEAN(자카르타) 상무관 / 사진=김창현 기자윤영진 ASEAN(자카르타) 상무관 / 사진=김창현 기자
▶이 상무관=중국이 수출·투자에서 내수·소비·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맞춰야 중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특히 ‘중국제조업 2025’ 정책을 펴는데 우리나라의 특화된 기술이나 핵심소재·부품이 중국에 얼마든지 진출할 수 있다. 기존처럼 중간재를 수출하는 구조가 아니라 앞으로 고부가가치·핵심기술 등 중국이 만들지 못하는 것에서 기회를 찾는 게 필요하다.

▶최 상무관=EU시장의 기회요인은 친환경과 ICT(정보통신기술)로 압축된다. EU가 기후변화 대응의 선두에 서 있는데 사실 그 안에 숨겨진 신기술이 굉장히 많다. 상당히 투자를 많이 했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다. 그 중심에 ICT가 있다. 우리 전자상거래시장이 상당히 성숙된 만큼 진출 가능성이 높다.

▶하 상무관=멕시코 대표 산업은 자동차산업이다.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모두 진출해 있다. 차부품 내부 조달률이 낮은데 진출 유망 분야 1순위다. 에너지자원 개발과 인프라산업도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 이를 주목하고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

▶윤 상무관=역시 인프라시장이 제일 크다. 연계성 종합계획을 지난해 9월 발표하고 세부 프로젝트들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진출할 여지가 있다. ASEAN 소비재시장에도 아직 덜 들어가 있다. 우리 중소기업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진출하면 좀 더 플랫폼 측면에서 용이하게 진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지영 EU(브뤼셀) 상무관 / 사진=김창현 기자최지영 EU(브뤼셀) 상무관 / 사진=김창현 기자
-급변하는 통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기업 등의 경제주체가 꼭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이 상무관=한·중 관계의 핵심은 우리의 경쟁력이다. 중국 내에서 우리 차량이 리콜되고 휴대폰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의 원인은 경쟁력 문제일 수 있다. 경쟁력을 키우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중국이 사고 싶은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또 중국의 변화를 너무 일희일비해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작은 정책 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고 불확실성이 크지만 교류와 협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문 상무관=일본시장의 중요성에 비해 가치를 덜 두는 것 같다. 베트남 수출이 일본보다 많지만 내부에서 소비되는 것을 보면 베트남시장이 일본시장을 넘어설 수는 없을 것 같다. 일본 기업과의 협력을 의미 있게 보고 차분하게 경쟁구도를 유지·확대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윤호 멕시코(멕시코시티) 상무관 / 사진=김창현 기자하윤호 멕시코(멕시코시티) 상무관 / 사진=김창현 기자
▶최 상무관=EU와 같은 안정적인 선진국시장에 조금 더 역량을 쏟을 필요가 있다. EU와 같이 합리성이 통하는 시장이 많지 않다. EU시장은 진입이 어려운 반면 진출성공률은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 상무관=멕시코는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통상·무역분야의 충격이 큰 국가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안정적인 국가다. 중남미 국가 중 우리나라 제1의 수출 대상국이다. 미국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장점이 살아날 것이다. 지금의 일시적 불확실성을 이용해 우리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면 어떨까 싶다.

▶김 상무관=미국과의 관계는 반발짝 뒤에서 지켜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이 일본·중국·멕시코에 대응하는 것을 반 발짝 뒤에서 지켜보고, 우리가 과거에 했던 다양한 협상 경험으로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불확실성이 있지만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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