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세 번 뺨 맞은 개미 투자자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1.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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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심슨 가족에 등장했던 트럼프 2000년 심슨 가족에 등장했던 트럼프


미국 만화 '심슨가족'의 원작자 맷 그로닝은 "2000년에 트럼프 대통령을 설정에 넣었던 것은 상상 가능한 가장 황당한 일이었기 때문"이라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지난해 10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난해 한국 증시의 투자자들은 '상상 가능한 가장 황당한 일'에 세 번 뺨을 맞았다. 설마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겠나 싶었는데 진짜로 탈퇴했고, 트럼프가 설마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겠어? 싶었는데 당선됐고, 마지막으로 소문만 무성했던 '비선실세' 실체가 확인되며 초대형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던 것이다.



코스닥은 급락했고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은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졌다. 전문 투자자인 펀드매니저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진 않았는데 주식형 펀드의 60%가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작년 코스피 지수는 3.32% 올랐다는데 개미와 펀드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는 -7~-8%가 수두룩했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것 첫째는 지난해 부진했던 성과가 회복될 수 있느냐이고, 둘째는 올해는 진짜로 뭘 사야 하느냐다.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0.38포인트(0.02%) 오른 2065.99에 마감했다. 지수는 상승했지만 코스피 상승 종목이 248개인 반면 하락 종목은 565개에 달했다. 코스닥도 0.99% 하락했다. 2016년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오르는 종목만 올랐기 때문이다.

쌈짓돈으로 투자하는 개미 투자자들은 이제 원금회복을 위한 버티기냐, 아니면 손절매 후 새로운 종목에 투자하느냐 기로에 섰다.

◇트럼프 시대의 주도주를 찾아라=1980년 이후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의 추세는 달랐지만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구조상 주도주는 미국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역대 미국 정권별 주도주는 다음과 같다.


2001년 시작된 조지 W. 부시 1기 집권기 당시 증시의 주도주는 백화점주와 방산주였다. 소득세 인하로 백화점 업종이, 방위예산 급증으로 방위산업이 20% 넘게 급등하며 시장의 주도주 역할을 했다.

조지 W. 부시 2기(2005년~2008년) 집권기에는 신흥국 성장에 힙입어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서 60달러로 상승, 에너지 업종이 주도주로 부상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건강보험 확대 정책에 힘입어 생명보험이 20% 넘는 강세를 보였다.

버락 오바마 1기(2009년~2012년) 집권기에는 오바마케어 도입으로 의료서비스, 의료기기, 생명공학 관련주가 차례로 증시의 주도권을 잡았다. 버락 오바마 2기(2013년~2016년)에는 헬스케어가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기후변화 관련 및 석유·탐사업종이 비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인프라 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할 것을 강조했으며 △새로운 동맹 창조와 테러리즘과의 전쟁 △우주산업 발전과 신기술을 언급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시대의 주도주를 통해 한국 증시의 수혜주를 찾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인프라 투자가 증가하는 국면에서는 경기민감주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 경기민감주의 강세는 한국 경기민감주의 강세로 이어진다"며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두산밥캣 성광벤드 현대글로비스 두산 LG하우시스 한국항공우주 SKC 등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취임 첫 날 트럼프가 던진 메시지의 핵심은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였다. 이를 받아들이자면 미국산 완제품에 부품과 같은 중간재를 납품하는 기업도 주목해야 한다. 중간재 성격이 강한 제품 중에서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품목은 자동차(미국 매출비중 35%)와 IT(8%) 부품이다.

자동차 부품 중에서는 에스엘 한국타이어 만도가, IT중간재 중에서는 SK하이닉스과 휴맥스가 미국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 때문일까.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는 전일대비 1650원(3.36%) 급등한 5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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