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실체를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특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날 오후 2시 5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유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24분 동안 블랙리스트를 둘러싼 의혹 전반을 풀어놨다. 그는 우선 "블랙리스트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를 주도한 인물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박 대통령 개입 여부를 묻자 "특검에서 수사 중인 부분이라 상의를 해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김 전 실장이 이번에 구속된 것은 많은 증거자료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에 따르면 그는 2014년 7월 9일 박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블랙리스트 실행) 하면 정말 큰일난다"고 얘기했고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며칠 후 유 전 장관은 면직 처분됐다.
유 전 장관은 청와대의 부당한 인사 개입이 있었던 사실도 인정했다. 박 대통령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하며 인사 조치를 지시했고,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에 비판적인 문체부 1급 실·국장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중 3명이 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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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실체를 폭로한 계기를 묻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30년 돌려놓은 일인데도 관련자들이 변명, 부인으로 일관해서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특정 인사들에게 '좌익'이란 누명을 씌워 지원에서 배제한 것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 전 장관은 윗선에 있는 이들이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시키는 대로 한 문체부 담당 직원들은 울면서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호소했다"면서 "모욕과 핍박을 한 사람들이 이제 와서 '나는 모른다'고 한다면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의혹의 몸통으로 꼽히는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을 지난 21일 새벽 구속하고 전날 불러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조사를 토대로 '최종 지시자'로 의심 받는 박 대통령을 정조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