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노트7 발화 '배터리 불량' 최종 결론(상보)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7.01.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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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문기관 별도 조사도 동일 결론…고동진 사장 "모든 프로세스 재발방지 대책 수립"

지난해 제품 단종사태로 이어졌던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 배터리 발화 사고는 제품 설계가 아닌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삼성전자가 최종 결론을 내렸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2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국내외 언론인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갤노트7 소손 원인을 공개하고 앞으로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20만대, 배터리 3만개로 진행한 대규모 충방전 시험에서 발화 현상을 재현했다. 갤노트7에 채용된 A배터리와 B배터리에서 각기 다른 원인으로 발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혁신적인 갤노트7을 만들기 위해 배터리 사양에 대한 목표를 제시했고, 배터리 설계와 제조공정상의 문제점을 제품 출시 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경영 전반에 걸쳐 품질 최우선의 경영체제를 강화해 제품 안전성에서도 새로운 혁신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갤노트7 발화 원인 조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UL, 엑스포넌트(Exponent), TÜV 라인란드 등 해외 전문기관에서도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UL의 컨슈머비즈니스부문 사지브 지수다스(Sajeev Jesudas) 사장,엑스포넌트의 수석 연구원 케빈 화이트 (Kevin White) 박사, TÜV 라인란드(TÜV Rheinland)의 홀거 쿤츠 (Holger Kunz) 부사장이 참석해 각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갤노트7의 발화 원인 분석에 참가한 해외 전문기관들의 분석 결과도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모아졌다. UL은 제품 레벨에서 갤노트7의 발화와 연관된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A배터리는 배터리 위쪽 코너에 눌림 현상과 얇은 분리막으로 배터리 내부 단락을 발생시켜 발화유발 요인으로 분석했다. B배터리에 대해서는 비정상 융착돌기, 절연테이프 미부착, 얇은 분리막의 조합이 배터리 내부에서 단락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과학기술분야 분석 전문기관 엑스포넌트도 제품 전반에 걸친 상세한 분석을 진행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석에서는 소손과 관련 있는 요인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배터리는 음극탭 부위 젤리롤 코너의 눌림 현상을 소손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했으며, B배터리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융착돌기와 그로 인한 절연테이프와 분리막 파손을 내부 단락을 발생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검인증기관 TÜV 라인란드는 배터리 물류시스템과 폰 조립 공정운영상의 배터리 안전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TÜV 라인란드는 심사한 폰 제조공정과 배터리 물류시스템에서 배터리의 안전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그동안 고객 여러분들과 통신사업자, 유통 거래선, 모든 협력사 여러분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여러분들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갤노트7의 발화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고 개발, 제조, 검증 등 모든 프로세스에 대한 종합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발화 원인에 대한 개선 외에도 배터리 내부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특수장비를 도입하고 배터리와 완제품에 대한 대량 충방전 테스트, 사용자들의 실제 사용환경을 고려한 가속시험도 강화하는 등 '8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핵심 부품에 대한 설계와 검증, 공정관리 등을 전담하는 '부품전문팀'을 구성하고 외부전문가 영입을 확대하는 등 부품 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강화했다. 제품기획 단계부터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해 '다중안전장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실장 공간을 추가로 확보해 소비자가 사용 중 제품을 떨어뜨리는 경우에도 배터리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로 적용하는 한편 배터리에 대한 안전설계 기준도 강화했다. 또 충전온도와 전류, 충전속도에 대한 보다 안전한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등 소프트웨어 보호 알고리즘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학계와 연구기관의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해 제품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케임브리지대학교 클레어 그레이(Clare Grey) 박사, 버클리대학교 거브랜드 시더(Gerbrand Ceder) 박사, 스탠퍼드대학교 이 추이(Yi Cui) 박사, 아마즈테크컨설팅 CEO 토루 아마즈쓰미(Toru Amazutsumi) 박사 등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전문가들을 자문단으로 위촉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교훈을 통해 업계 전체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다중안전 설계와 검증 프로세스 등을 관련 단체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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