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와 아내 멜라니아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작된 퍼레이드 행렬을 바라보며 경례하고 있다. /사진=AFP=뉴스1
◇전자업계 통상환경 악화 전망..선제투자 고심
전자 부품업계는 일단 대미 통상 환경이 악화되고 한국에 대한 시장개방 요구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무관세 기조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무관세로 거래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통해 맺은 국제협정인 만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당장 변경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하지만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보유한 삼성전자 (49,900원 ▼700 -1.38%)와 LG전자 (89,700원 ▲2,000 +2.28%) 등 국내 대기업들의 셈은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NAFTA 재협상을 통해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공산품에 보복관세를 물릴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위협'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 등의 대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ICT(정보통신기술)업계도 기대보다 우려가 높다. 인프라 등 전통적인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집중하는 트럼프 노믹스는 ICT 발전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내 ICT 수출에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지배적이다.
◇車업계 트럼프 압박에 투자계획 잇따라 내놔..리스크 최소화 주력
미국은 물론 유럽 등 글로벌 업체 대한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경우 선제적 대응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에 발표된 총 6개 자동차 기업의 투자계획 규모만 171억달러(20조1100억원)에 달한다. 연간생산 30만대 공장을 짓는데 보통 1조5000억원가량 들어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 시 연 300만대 규모의 차량을 더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서비스업이 중요하지만 국가 경제를 받치고 있는 것은 제조업이고, 그 중 자동차 산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며 "전·후방 산업의 고용 효과도 커 초반 압박이 가장 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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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일찌감치 향후 5년간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지난 5년간 미국에서 21억달러를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50% 가량 늘어난 규모다. 현대차 (201,500원 ▲1,600 +0.80%)그룹은 투자규모 증액이 트럼프 정부 출범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제적 대응으로 신정부 출범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철강·에너지업계 우려와 기대 교차..사업확대 행보 잰걸음
불황을 겪는 조선·철강업계도 우선은 걱정이 크다. 전 세계적 물동량 감소로 업계 불황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어서다. 철강업계는 무역 장벽이 한층 높아질 경우 미국에서 소화되지 못한 중국 철강재 물량으로 발생할 '도미노 충격'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해상교역량 축소로 선박 발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철강재 가격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화석에너지 개발에 따른 해양플랜트 발주 확대는 긍정적인 요소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좋은 실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국내 정유·석유화학 등 에너지 업계도 미국 내 사업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석탄과 석유,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를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공언한 만큼 국제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의 수익성은 좋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102,700원 ▼1,500 -1.44%)과 GS (40,500원 ▼550 -1.34%)에너지, SK E&S, GS EPS, 롯데케미칼 (79,900원 ▲4,400 +5.83%) 등 관련 기업들은 미국 내 사업 확대를 위해 현지 진출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만 보호무역 강화로 중국 경기가 침체되면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정유·석유화학 업계도 중장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