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m 초소형 '나사' 팔아 1000억원 매출, 비결은?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17.01.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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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스엠 지난해 매출 1000억 클럽 가입 유력… 전자기기 수요감소 위기 차량용 나사로 돌파

나사 전문기업 글로벌에스엠이 2015년 7월 자회사로 편입한 스페인 빌바오 소재 차량용 나사기업 '인더스트리아스 골' / 사진제공=글로벌에스엠나사 전문기업 글로벌에스엠이 2015년 7월 자회사로 편입한 스페인 빌바오 소재 차량용 나사기업 '인더스트리아스 골' / 사진제공=글로벌에스엠


초소형·초정밀 나사 전문기업 글로벌에스엠 (436원 ▼2 -0.46%)이 차량용 나사사업에 연착륙하며 창사 9년 만에 매출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전자기기용 나사사업이 위축되는 위기 속에서 발 빠른 활로 개척에 나선 결과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에스엠은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 돌파가 유력시된다. 지난해 3분기 이미 누적기준 매출액이 814억원으로 전년 전체 매출액(806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가파른 실적 성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및 시장 다각화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글로벌에스엠은 2015년 7월 스페인 나사기업 '인더스트리아스골'(Industrias Gol)을 인수해 차량용 나사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인더스트리아스골은 1971년 설립 후 스페인 전통의 공업지역 빌바오에서 글로벌 대기업들을 상대로 차량용 나사사업을 펼치는 강소기업이다. 실제로 인더스트리아스골은 지난해 3분기까지 글로벌에스엠의 전체 매출 중 30%에 달하는 242억원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인수·합병은 위기 돌파를 위한 자구책이었다. 2007년 '아이폰' 등장으로 나사산업은 위기를 맞았다. 한 대에 최소 수십 개의 나사가 쓰이는 기존 휴대폰과 달리 일체화·소형화에 사활을 건 스마트폰에는 10개 내외의 나사 수요가 전부였다.

다른 전자기기용 나사에도 영향을 줬다. 스마트폰에 고용량 저장, 고화질 사진 촬영 등 각종 기능이 탑재되자 한 시대를 풍미하던 하드디스크와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의 인기는 급락했다. 관련 나사 주문량도 최대치를 기록한 2000년대 후반에 비해 10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업계에서 '전매특허'로 통하던 주문형 대량 제작 방식도 힘을 쓰지 못했다. 고객사들의 생산기지 인근에 회사 공장을 세우고 신제품 출시 때마다 새로운 나사를 쏟아내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나사 수요가 줄면서 일부 시설은 고정비용을 일으키는 '계륵' 신세가 됐다.


고민에 빠진 회사의 눈에 들어온 건 차량용 나사사업이었다. 세계시장에서 현재 자동차를 위협할 만한 대체수단의 등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차량용 나사 수요 역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자동차의 IT기기화 추세에 주목했다. 글로벌에스엠은 현재 중국 둥관, 하이저우, 톈진, 웨이하이등 중국 생산공장을 중심으로 IT기기용 초소형 나사에 대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춘 상황이다. 이같은 역량을 차량 내 IT기기용 나사사업에 적극 활용하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때마침 인더스트리아스골이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인더스트리아스골의 모기업의 자금난 소식에 발 빠르게 대응했고 2015년 7월 마침내 자회사로 편입에 성공했다.

글로벌에스엠은 기존 전자기기용 나사사업의 체질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탁기 등 가전기기에 쓰이는 중형 나사는 배제하고 규격화가 까다로운 나사 머리 지름 2mm 이하 혹은 2~3mm 초소형 나사의 주문형 생산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규모 확장을 위한 차량용 나사사업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기존 사업의 체질 개선 등 투트랙 전략이다.

글로벌에스엠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 입장에선 믿을 만한 업체에 차량용 나사와 차량 내 IT기기용 나사를 한 번에 납품하는 게 업무 효율화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인더스트리아스골이 지난 40여년간 차량용 나사사업을 영위하며 확보한 고객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차량 내 IT기기용 나사사업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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