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지난 19일 밤 교보문고 서울강남점에서 열린 ‘정해진 미래, 정해 나갈 미래’란 주제의 강연에서 “당시 미국에서 인구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31세라는 어린 나이에 서울대 교수가 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상 사회과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따려면 5년 안팎의 기간이 걸리게 마련. 특히 영어로 말하기와 논문쓰기가 서투른 외국 유학생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도교수는 3년 안에 자신의 학생들을 졸업시키기 위해 ‘빨간펜’으로 논문을 직접 수정해주는 정성을 기울였다.
조 교수는 “인구구조의 변화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2000년부터 은퇴하기 시작해 그가 대학원을 졸업할 때 교수들의 무더기 은퇴가 있어서 졸업하기 전 이미 조교수로 내정될 수 있었다”는 것.
그는 농담 삼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대학교수가 될 때 우선순위는 1. 백인 남자 2. 백인 여자 3. 흑인 남자 4. 흑인 여자 5. 아시안계 미국인 6. 유학생 여자 7. 유학생 남자”라며 “거의 끝 순위인 자기가 졸업하기도 전에 조교수에 임용될 수 있었던 것은 인구학 교수 자리는 많이 비었는데 전공자들이 적었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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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것도 행운이었다. “유타대에서 조교수로 있던 어느 날 서울대 보건대학원 학과장으로부터 교수 초청 e메일이 왔다. 지금도 잘 있기 때문에 들러리 서는 것이면 사양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더니 서울대는 성(性)과 나이, 학벌, 지연 등으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답장이 왔다. 알아보니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인구학 교수를 2년째 뽑지 못한 상황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인구학 박사학위를 딴 한국인이 10년 동안 혼자였기 때문이었다….”
조 교수는 “앞으로 한국은 인구가 정체 및 감소하면서 생산가능연령이 줄어들고 노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자녀들에게 입시를 위한 사교육을 시키지 말고 그 돈으로 자신의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큰 애는 피아노와 방과 후 영어만 하고 작은 애는 태권도와 서예를 가르친다”며 “큰 애는 베트남어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고 작은 애는 농고에 들어가 땅을 알고 농업에 종사하는 게 앞으로 희소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문제가 1990년대부터 거론됐으나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본격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인생설계를 할 때 인구변동의 질과 크기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