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에 서울대 교수되고 자녀를 농고에 보내겠다는 이유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 유닛장 2017.01.2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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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세상읽기] 희소성과 전문성, 사회적 가치 있는 직업 택하라

31세에 서울대 교수되고 자녀를 농고에 보내겠다는 이유


“제가 31세에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됐는데, 똑똑해서가 아니라 인구구조학적으로 희소한 영역인 인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덕분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제 둘째아이도 농고에 가서 농업에 종사하라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지난 19일 밤 교보문고 서울강남점에서 열린 ‘정해진 미래, 정해 나갈 미래’란 주제의 강연에서 “당시 미국에서 인구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31세라는 어린 나이에 서울대 교수가 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31세에 서울대 교수되고 자녀를 농고에 보내겠다는 이유
조 교수의 학부 전공은 인구학이 아니라 사회학이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우연히 인구연구센터 교수가 RA(조교)를 모집해 활동한 것이 ‘인생이 술술 풀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지도교수는 “3년 뒤 반드시 박사학위를 취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당신이 3년 뒤에 은퇴하기 때문”이었다.

통상 사회과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따려면 5년 안팎의 기간이 걸리게 마련. 특히 영어로 말하기와 논문쓰기가 서투른 외국 유학생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도교수는 3년 안에 자신의 학생들을 졸업시키기 위해 ‘빨간펜’으로 논문을 직접 수정해주는 정성을 기울였다.



조 교수의 ‘행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사과정을 졸업하기 8개월 전 이미 유타대학교 조교수로 내정돼 졸업하자마자 부임했다. 29세 때의 일이었다. 그리고 2년 뒤인 31세에 서울대 교수로 금의환향했다.

31세에 서울대 교수되고 자녀를 농고에 보내겠다는 이유
행운의 여신은 왜 그렇게 연속으로 그에게 미소를 보내줬을까.
조 교수는 “인구구조의 변화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2000년부터 은퇴하기 시작해 그가 대학원을 졸업할 때 교수들의 무더기 은퇴가 있어서 졸업하기 전 이미 조교수로 내정될 수 있었다”는 것.

그는 농담 삼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대학교수가 될 때 우선순위는 1. 백인 남자 2. 백인 여자 3. 흑인 남자 4. 흑인 여자 5. 아시안계 미국인 6. 유학생 여자 7. 유학생 남자”라며 “거의 끝 순위인 자기가 졸업하기도 전에 조교수에 임용될 수 있었던 것은 인구학 교수 자리는 많이 비었는데 전공자들이 적었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것도 행운이었다. “유타대에서 조교수로 있던 어느 날 서울대 보건대학원 학과장으로부터 교수 초청 e메일이 왔다. 지금도 잘 있기 때문에 들러리 서는 것이면 사양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더니 서울대는 성(性)과 나이, 학벌, 지연 등으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답장이 왔다. 알아보니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인구학 교수를 2년째 뽑지 못한 상황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인구학 박사학위를 딴 한국인이 10년 동안 혼자였기 때문이었다….”

31세에 서울대 교수되고 자녀를 농고에 보내겠다는 이유
여기까지 얘기한 조 교수는 “어떤 직장이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희소성과 전문성, 금전적 보상과 사회적 존경, 안정성 등을 갖춘 직업이 좋을 것”이라며 “자신이 우연히 인구학이라는 희소한 분야를 공부해서 남이 갖추지 않은 전문성이 있었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서울대 교수가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앞으로 한국은 인구가 정체 및 감소하면서 생산가능연령이 줄어들고 노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자녀들에게 입시를 위한 사교육을 시키지 말고 그 돈으로 자신의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큰 애는 피아노와 방과 후 영어만 하고 작은 애는 태권도와 서예를 가르친다”며 “큰 애는 베트남어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고 작은 애는 농고에 들어가 땅을 알고 농업에 종사하는 게 앞으로 희소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문제가 1990년대부터 거론됐으나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본격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인생설계를 할 때 인구변동의 질과 크기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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