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환율제의 위험…체코의 경우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2017.01.2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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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우리나라는 자유변동환율제를 사용합니다. 말 그대로 환율이 순식간에 얼마든지 자유롭게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합니다. 기본적으로 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수요와 공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죠.

유럽 19개 나라의 공동통화인 유로화는 좀 다릅니다. 유로화 자체는 달러나 파운드, 엔화 등에 대해 자유롭게 변동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19개 유로존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환율이 완전히 고정되어 있는 셈이죠. 경기도와 서울의 차이처럼 독일이든 그리스이든 환율은 1대1 한 치의 변동도 없습니다.



유로존 회원이 아닌 나라들의 환율도 유로존에 거의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덴마크의 경우 아주 엄격하게 제도적으로 유로화에 페그(peg) 되어 있고, 스웨덴이나 스위스, 체코 같은 인접국들 역시 유로화에 대해 자기나라 통화가치를 묶어 두고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유로화에 대한 환율이 아주 일정한 편이죠.

환율이 이렇게 일정하면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이 거의 없으니 무역거래가 활성화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환율전쟁’의 성격도 매우 강합니다. 유로존이 디플레이션 위험을 퇴치하겠다며 금리를 마이너스 깊은 곳으로 내리고 엄청나게 많은 돈을 풀고 있죠. 그 돈들이 인접국들로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이웃나라의 통화가치가 급등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수출이 침체되고 수입물가가 너무 떨어지게 되었죠.

그래서 이웃 나라들도 유로존과 똑같이 돈을 마구 풀어야 했습니다. 유로화를 대거 사들이는 방식으로 통화량을 늘렸습니다. 자국통화 가치를 끌어 내리고 유로화를 끌어 올려서 환율을 거의 고정 상태로 유지하는 방어 전략인 것이죠.

문제는 이렇게 해서 많은 돈이 풀리다 보니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게 됐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아주 아찔하죠? 주택시장 거품도 부풀어 올랐습니다. 중앙은행은 너무 많은 유로화 자산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이 유로화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큰 손실을 입게 됩니다. 그 부담은 모두 국민 몫이죠.


그래서 최근 체코에서는 고정환율제를 폐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뛰고 있어 중앙은행이 더 이상 ‘따라서 돈 풀기’를 못 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만약 체코 중앙은행이 돈 풀기와 유로화 사들이기를 멈추면 어떻게 될까요? 체코의 코루나화 가치가 유로화에 대해 급등할 수 있습니다. 코루나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뚝 떨어지는 것이죠.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스위스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체코 외환시장에는 코루나 가치가 급등할 것임을 노린 투기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더 많은 돈을 풀어 유로화를 사들여야 합니다.

고정환율제는 매우 큰 이점이 있지만, 이처럼 큰 비용과 위험성을 감수해야만 하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자유변동환율제로 바꾼 겁니다.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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