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에 목을 맬 줄 알았던 ‘보수신당’ 바른정당은 ‘저울질’을 시작했다. 반 전 총장 측의 지분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다. 바꿔 말하면 '와주시기만 하면 감사합니다'가 아니라는 뜻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반풍(潘風)’을 접한 정치권의 약삭빠른 행동에 불과하다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반 전 총장과 기존 정치권 인사들의 ‘대선 방정식’이 다른 게 핵심이다. 70대의 반 전 총장과 그의 외교관 측근 그룹에겐 이번 대선이 단판 승부의 일차 방정식이다. 반면 정치권 인사들에게 대선은 고차 방정식이다. 내년 지방선거, 2020년 국회의원 선거, 개헌까지 고려하면서 풀어야 하는 복집하고 난해한 문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서 참배를 마치고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2017.1.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 전 총장이 인물 경쟁력만 믿고 독자세력화 후 통합의 수순을 택한 게 ‘실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탄핵정국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인물 선거가 아니라 구도 선거라는 점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실제 인물이 구도를 뛰어넘지 못하는 환경 탓에 반 전 총장의 통합 행보는 어설퍼 보인다. 윤태곤 의제와전략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박근혜 반대’, ‘정권교체’ 슬로건도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판국”이라며 “시작부터 ‘비박비문’식으로 ‘여집합의 합집합’을 꾀하는 것 자체가 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제3지대 빅텐트'의 지역 버전인 충청과 호남의 '뉴 DJP연합' 구상은 호남에서 거부당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에선 최근 "반기문과 손잡으면 호남이 문재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국민의당이 반 전 총장에게 쉽사리 손을 내밀 수 없게 된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반 전 총장을 향해 "실패한 정권 사람들과 함께 박근혜 정권의 뒤를 이어가려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