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두고 '장고'한 이유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7.01.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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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국가 경제 악영향·영장기각 가능성' 두고 고민…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도 구속영장 청구까지 장고를 한 것은 재계 1위 그룹 총수를 '구속' 하는데 따른 부담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신병처리 여부에 대해 고민하느라 시간이 지연된 느낌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 경제 등에 미치는 상황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예견되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보다 큰 이유는 사안의 복잡성 때문이란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이 특검보는 "사실 관계 파악과 법리 적용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특검 안팎에선 영장 기각 가능성도 나왔다. 법원에서 기각되면 '무리한 수사'라는 역풍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특검은 막바지까지 법리 검토에 신중을 기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청탁→합병성사→최순실 일가에 대한 특혜 지원'으로 이뤄졌다. 특검팀은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모두 합병 성사에 대한 뇌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합병 이후 뇌물이 오갔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뇌물 사건과 비교할 때 순서가 거꾸로다. 삼성물산은 2015년 7월 17일 합병됐는데,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 독대는 그 이후인 25일, 최씨에 대한 송금은 그해 9월 이후다. 삼성 측은 순서를 지적하며 뇌물죄 성립이 불가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특검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합병 전에 최씨 일가 지원을 합의했는지, 합병 문제를 대통령과 논의했는지 등을 집중 수사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의 수첩, 최씨의 '제2의 태블릿PC' 등을 통해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부회장은 '강요에 의해 돈을 준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뇌물죄의 핵심인 대가성 입증을 위해 당사자 진술이 필수적임을 감안하면 정황만으로 이 부회장을 구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특검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특검이 이 부회장 구속에 성공하면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 역시 끝났다고 봐야 한다. 반대로 실패하면 삼성의 '피해자'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다. 특검이 삼성 이후 수사를 예고한 대기업 수사는 물론 박 대통령 수사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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