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조회 시간을 통해 본 '우리'의 모습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7.01.0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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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나'를 '우리'로 만드는 사회적 과정 주목한 백현주 작가

편집자주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배움이다. 한 작가는 자신과 다른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또 다른 작가를 보면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작가&작가'는 한 작가가 자신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준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남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백현주 작가가 영상 작품 '프라이머리 파티 '를 통해 포착한 초등학교 조회 모습. /사진제공=백현주 작가<br>
백현주 작가가 영상 작품 '프라이머리 파티 '를 통해 포착한 초등학교 조회 모습. /사진제공=백현주 작가


장난을 치던 어린이들이 일제히 기립한다. 웃고 떠들다가도 정색한 채 경례를 한다. 초등학생들의 조회 모습을 주제로 제작한 영상 작품이다. 현대 미술가 백현주 작가(33·여)의 영상 작품 ‘프라이머리 파티’(primary party) 얘기다.

"사람이 (사회로부터) 주입을 받아 나타나는 행동 양식에 주목했어요. 어린 아이들이 너무나 자연스런 몸짓으로 같은 행동을 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프라이머리 파티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영상에서 사운드는 편집돼 초등학생들에게 지시하는 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힘의 통제를 받는 개인의 모습을 부각한 장치로도 읽힌다. 그는 이같이 개인이 모여 한 학교의 학생이나 지역민 등 ‘우리’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는 과정에 주목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작가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집단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관심을 지닌 계기가 어린 시절 ‘가족회의’에 있다고 했다.

백현주 작가의 영상 작품 성북구 성북동. /사진제공=백현주백현주 작가의 영상 작품 성북구 성북동. /사진제공=백현주
"집 안에서 의례처럼 어머니 아버지 언니와 함께 한 달에 한 번 가족회의를 했어요. 집 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행사가 있었는지 얘기를 했어요. 그 같은 내용을 담은 신문도 만들었고요. 가족 단위 자체가 하나의 정부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소득 수준과 사회적 지위가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만드는 집단의 모습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성북구 성북동의 ‘같은 동사무소’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얘기다.


"빌라촌, 판자집과 대저택이 공존하는 곳이었어요. 같은 동사무소를 쓰는 사람들인데, 빈부 격차가 큰 지역이었지요. 일반 성북동 주민에게 대저택에 사는 성북동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지 상상해 보라고 질문해 봤어요."

작가는 성북동 일반 주민을 인터뷰하며 '사업하는 아줌마', '꽃꽂이 하는 사람', '영어만 쓸 것 같은 사람' 등 '대저택 사람의 인물상'을 수집했다. 인물상을 토대로 실제 배우들이 출연해 연기하는 영상 작품이 '성북구 성북동'이다.

현대 미술가 박지혜 작가는 백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과 함께 문제의식을 풀어내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측면에서 눈여겨본 작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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