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이재명 성남시장은 10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민 2800만명에게 유아·아동·청소년·청년·노인·농어민·장애인 배당의 형태로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필요한 예산 28조원은 정부재정의 7~8%를 구조조정하고 부유세를 걷어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이 시장이 불과 몇 년전에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꺼냈다면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을 받았을 게 틀림없다.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은 매우 컸고 소득재분배 정책은 터부시됐다. 일반인들은 복지를 위해 세금이 올라가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나 성장 주도의 기존 경제정책이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경기를 부양하는데 한계를 드러내자 소득불평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성장률을 끌어 올릴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소득불평등을 완화해야 저소득층의 경제불안감이 해소되고 소비가 늘어나서 건실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인식의 확산으로 다양한 소득재분배 정책이 국내외에서 제시되거나 시행 중에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는 임금격차 완화와 부유세를 통한 소득재분배를 주장했다. 핀란드에서는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 중 2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월 560 유로(약 70만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제도를 첫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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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는 2016년부터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만 19~29세 청년 중 3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성남시는 성남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가 되는 청년을 대상으로 분기별 25만원씩 연 100만원의 청년배당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정부는 경제활성화 정책을 추진했으나 좀처럼 경기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0.4% 포인트 낮춘 2.6%로 하향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심리지수(ESI)도 지난해 12월 91.2로 8월 95.0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러면서 소득 계층간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국세청의 ‘2016년 국세통계연보’에 의하면 2015년 연봉 1억원 초과 직장인은 2014년보다 7만명이 증가했고, 연봉 1000만원 이하 직장인은 12만명이 늘어났다.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 자료에 의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2013년 8월 595만명에서 2016년 8월 644만명으로 50만명 정도 증가했다. 또한 임금격차는 더 벌어졌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년 KLI 비정규직 노동통계’에 의하면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2004년 8월 정규직의 65% 수준에서 2016년 8월 53.5%까지 하락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신산업분야 정책금융에 85조원, 일자리 예산에 17.1조원 등을 투입하고 1분기 재정을 조기 집행해 경기회복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나, 국민들은 과거와 똑같은 경제정책으로 경기가 살아나고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게다가 직접적인 소득재분배 정책이 포함되지 않아 소득격차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그동안 정부의 경제활성화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가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 증가 탓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는 성장 주도적인 경제 정책에서 한 발짝 물러나 고민해봐야 한다. 소득불평등 해소가 중요한 경제변수로 각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지금, 기본소득 제도의 범위와 시기 등 소득재분배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