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이 함께 만드는 '감정의 기술' 드라마로 글로벌시장 열 것"

더리더 박광수 기자 2017.01.0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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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리더에게 듣는다] 정태상 중국 중휘미디어(中汇影视) 한국지사장 겸 본사 한국부대표

"한중이 함께 만드는 '감정의 기술' 드라마로 글로벌시장 열 것"


한국의 중국 드라마시장 진출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있다. 중국 중휘미디어(쭝후이잉스,中汇影视) 한국지사장 겸 본사 한국부 대표인 정태상 프로듀서다. 그는 2000년대 중후반 유명제작사인 JS픽쳐스에서 드라마사업을 주도했다. 2008년 한중합작드라마 제작을 계기로 혈혈단신 중국에 건너갔다. 이후 CJ E&M 차이나 드라마부문 총괄책임을 맡아 중국현지드라마의 기획제작을 주도하면서 한류의 현지화를 이끌어왔다. 자타공인 중국시장을 가장 잘 아는 한국인제작자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무실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중국으로 건너간지 9년만에 한국에 '선물 보따리'를 들고 왔다. 사드문제로 한류 드라마산업이 꽁꽁 묶인 '빙하기'인데도 말이다. 2017년 3월부터 중국 본사의 자본으로 16부작 사전제작드라마를 한국에서 촬영한다는 소식이다.



정대표는 지난 십여년간 한국과 중국에서 성공적인 작품들을 직접 기획 및 제작프로듀싱하고 배급했다. 한국에서는 드라마 <식객><뉴하트><경성스캔들> 등 10여편 작품에 참여해 크게 성공시켰다. 2008년 9월 중국으로 건너가 <初恋-첫사랑〉(2009), 〈甜蜜都市–달콤한 도시〉(2013) 〈寻找北极光–오로라를 찾아서〉(2014), 〈我曾经爱过你,想起就心酸–사랑했던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2016)등을 제작했다.

중휘미디어는 어떤 회사인가?

그가 현재 한국부 대표로 있는 중휘미디어는 중국 선전이 본사다. 2012년 9월 설립 이후 원작(IP) 발굴, 구매, 개발,운영으로 급성장해 1년에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컨텐츠를 15편 정도 제작한다. 선전 본사 외에 베이징과 텐진 지사, 미국 헐리우드와 한국 서울에 지사를 두고 있다. 2017년 4월 개봉할 소호대출신 소유붕 감독의 기대작인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중국판영화 <용의자X의 헌신>, 미국흑인최초의 법관의 이야기를 다룬 헐리우드영화 <마셜>, 중국의 유튜브 격인 아이치이의 초대형 환타지 <심조전세유희>등으로 이미 시장의 이목을 모으고있다.



기획부터 투자 배급까지 자체운영을 하는데, 후난위성TV 같은 전국망도 긴밀한 협력 파트너로 두고 있다. 올해 3월 상장 이후 8월엔 중국게임플랫폼 싼치후위(37互娱)에서 4억위안의 지분투자를 받아 현재 12억위안(2,000억원)의 자본금을 보유한 거대제작사다. 그는 지난 3월 한국인 프로듀서로서는 최초로 상장제작사인 중휘미디어에 임원급으로 스카우트됐다. 이 회사 내에서도 유일한 한국인이다. 외국인에 대해 상당히 폐쇄적인 중국드라마 시장 내에서도 처음있는 일이다.

"한중이 함께 만드는 '감정의 기술' 드라마로 글로벌시장 열 것"
CJ E&M차이나에서 중국제작사로 옮긴 이유는?


물론 CJ는 한국에서 최고의 컨텐츠 기업이고 어느 한국기업보다 성공적인 중국진출을 이룬 기업이다. 계속 있으면서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중국현지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한국기업에 대한 시장의 방어벽은 생각보다 견고했다. 그래서 차라리 중국기업으로 들어가 제대로 경쟁해서 성공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언어적인 문제도 해결되어 중국인들과 직접 소통하는데 어려움도 없었다.

드라마외에 영화까지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해준 회사경영진들과의 두터운 신뢰관계가 바탕이었다. 사실 중국에서는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함에 있어서 제작방식이나 스탭구성이 거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이미 쌓은 제작경험만으로도 중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배급과 마케팅인데 그런 면에서 중휘영시는 아직 업계최고의 회사는 아니지만 최고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회사였다. 현재 보유한 작가와 원작판권 (IP)에 있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중국 최고 수준이다.


중국에서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방식이 같다는 말은 둘 다 사전제작제라서 그런가?

기본적으로 그렇다. 한국드라마의 제작방식에 익숙했던 저로서 8년간 중국에서 4편의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느끼고 배운 점이 적지 않다. 광전총국의 사전심의제 및 배급허가제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스타일의 제작시스템이어서 합리적인 예산수립과 제작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은 한마디로 효율성에 기반한 프로듀서 중심의 사전제작시스템이다. 물론 미국식과는 집단창작제, 제작시 전문회계회사 및 로펌의 적극적 개입, 콘텐츠 어그리게이터 중심의 배급시스템 등 전반적인 구조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책임프로듀서가 중심이 되어 기획,제작, 투자,마케팅, 배급까지 조율하고 통제관리한다. 프로듀서 역량에 따라 작품 퀄리티는 물론 투자규모, 제작원가, 사업수익이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영화와 드라마가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감독, 작가, 스탭들도 드라마와 영화를 경계 없이 넘나들고 있다.

사전제작제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국 선전에서 본사 프로젝트로 월드스타 장동건씨가 출연하는 드라마의 책임프로듀서를 맡았는데 이를 예로 들겠다. 장동건씨 스탭을 제외한 제작진과 연예인은 모두 중국, 대만, 홍콩사람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현장에서의 작업방식도 다른 탓에 갈등의 소지가 많았다. 예년보다 비가 너무 자주와서 촬영에도 애를 먹었다.

연예인들의 촬영일수도 매우 타이트한 상황이라 촬영일정에 조금만 차질이 생겨도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갑작스런 태풍과 소나기는 물론이고 외지에서 와야할 연예인이 비행기 연착으로 못오거나 주요스탭이 개인적으로 큰 우환을 당해 교체를 해야하는 등 거의 매일같이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촬영전부터 여러 변수를 감안해 전체스케줄을 잡고 이에 따른 예산계획을 마련하고, 마지막으로 조금 여유를 둬 팀을 꾸리고 작업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예정했던 촬영일수에서 하루 오버해서 예산범위내에서 촬영을 마쳤다.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2016년 4월 북경에서 열린 중휘미디어 프로젝트전략 선포식2016년 4월 북경에서 열린 중휘미디어 프로젝트전략 선포식

중국기업들이 한국의 영화,드라마제작사나 작품, 인력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서 세계로 팔리는 매력적인 작품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도 완성도 높고 크게 인기를 끄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수용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시장의 규모가 워낙 크고 문화산업의 성장속도가 빠르다보니 국내에서만 히트해도 큰 이익을 낸다. 굳이 해외시장을 신경쓰지않는 기업들이 많다.

그런데, 시진핑정부 문화정책의 주요 슬로건이 ‘조우추취(走出去,밖으로 나가자)’이다. 화류 수출 장려에 정부가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은 매우 매력적인 제작기지이자 해외로 나가는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연예인, 감독, 작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간 결과 한국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졌다. 사드문제로 지금은 한중관계가 꽁꽁 얼어붙어있고 한류가 끝나버린 것처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양국간 문화교류와 협력이 아예 끝장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중국과 한국은 상호보완적인 필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문화협력에 있어서 정치적인 상황이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먼저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마음도 필요하다. 한국연예인이나 관련 제작진들을 써서 배급을 못하고 있는 작품이 53개, 제작비로 약 50억위안,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8,500억원 정도라고 한다. 한국제작사 등 관련기업에 투자한 중국기업들의 유무형적인 손실까지 합하면 손해규모는 한국보다 훨씬 크다. 중국엔터테인먼트기업들이 계속해서 호감을 갖도록 힘들 때일수록 더 서로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

한국에 지사를 내고 컴백한 이유는?

사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일을 보고 있기 때문에 컴백이란 말이 딱 맞지는 않는다. 본사에서 헐리우드에 회사를 세우고 현지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한국시장에 포스트를 세우고 성공하는 한국드라마와 영화를 만들고자 함이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중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좋은 한류작품을 만드는 건 분명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한국지사가 중국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합작플랫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중국본사가 보유한 소설이나 만화 등 원작(IP)자원은 중국내에서 지명도가 매우 높다. 최근 칭화대에서 발표한 2016년 중국 100대 IP 중 17개를 본사에서 보유하고 있으니까 중국의 IP를 한국의 드라마, 영화로 잘 만들면 중국시장에서의 성공가능성은 훨씬 높아질거라 확신한다. 중국원작 ‘보보경심’을 리메이크한 한국드라마 ‘달의 연인–려’ 의 경우 한국에서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20억이 넘는 클릭수를 올린 생생한 사례다.

드라마, 영화도 만들겠지만 중국의 웹드라마와 영화도 여기서 기획하고 제작할 계획이다. 이미 몇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의 글로벌 동영상플랫폼에 걸 수 있는 시즌제드라마와 넷전용영화를 기획 제작하는게 가장 큰 관심사다. 글로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은 정말 매력적인 기회다. 한국 제작사와 관련기업은 이미 한국식 로맨틱코메디로 브랜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사랑했던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촬영종료후 제작팀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랑했던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촬영종료후 제작팀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7년 선보일 작품은?


호르몬을 소재로 한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감정의 기술(가제)’, 한국과 중국을 거점으로 신출귀몰 활동했던 나이지리아출신 마약왕 체포과정을 다룬 영화 대본작업이 현재 진행중이다. 상반기 지나면 또 다른 작품들도 손을 댈 예정이다.

한국지사의 첫작품이 될 드라마 ‘감정의 기술’ 은 2017년 봄에 사전제작으로 들어갈 일정으로 진행중이고 약간의 환타지요소가 가미된 독특한 로맨스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즈인더트랩’으로 히트한 김남희 작가, 몇편의 단막극으로 주목을 받는 허승민작가가 함께 힘을 모아 대본작업 중이다. ‘로맨스가 필요해’ ‘러브스토리인하버드’ ‘형수님은 열아홉’등으로 많은 히트작을 기록한 이창한 감독이 연출을 맡아주셨다.

중국본사의 IP를 이용한 코믹시트콤과 환타지, 미스터리괴담 등을 목표로 하는 플랫폼에 맞게 기획개발하고 있고 실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내심 기대를 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프로듀서가 중심이 되는 집단창작시스템 실현을 통해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고 싶다.

정태상 대표 약력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학사
연세대학교 언론홍보학과 석사
CJ E&M CHINA 드라마팀장
북경해윤걸사영시 제작총괄
JS PICTURES 전략사업이사
독립프로덕션 운영 및 연출
디지틀조선일보 PD
광고대행사 AD-K CM-PD (금강제화계열)
現) 중국중휘미디어 한국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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