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아파트 입주물량…"월세 지고 전세 뜬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6.12.3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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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하반기부터 쏠림 현상 월 약 4만 가구씩 '역전세난' 가능성

쏟아지는 아파트 입주물량…"월세 지고 전세 뜬다"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세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전세대란'에 허덕였지만 오히려 내년에는 전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2019년 상반기까지는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1월 입주 물량은 전국에 2만4751가구에 달한다. 1월만 놓고 보면 2000년 이후 최대치다. 국토교통부 집계 수치를 보면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전국 입주 예정 아파트는 총 7만8534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2%나 늘었다.



특히 내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는 입주 물량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8개월 동안 매달 평균 3만8899가구(부동산 114 집계)가 쏟아진다. 올해 월 평균 입주물량(2만4311가구)보다 1.6배나 많다. 특히 내년 12월은 4만9662가구로 약 5만가구가 입주할 예정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부터 내후년까지 4만 가구가 넘는 달은 다섯 번이나 된다.

집중 쏠림 현상이 있는 내년 하반기부터 2018년 2월까지 중 입주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12만5735가구)다. 서울도 같은 기간 1만2723가구의 물량이 기다리고 있다. 인천도 2만904가구에 달해 수도권에서만 15만9632가구가 쏟아진다.



불과 몇 달 전 만해도 전세주택을 구하지 못해 '전세난민'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현장의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졌다.

이달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대문구 'e편한세상 신촌'는 84㎡ 전세가격이 6억원대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5억원대 물건도 보이고 있다. 소형인 59㎡는 4억원대 중반대까지 낮아졌다. 지하철 2호선 아현역 역세권 단지로 주요 업무지구인 시청과 지하철로 4분 거리다. 총 1910가구가 입주하는 대단지다.

인근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가격을 낮추는데도 방문객들이 조금 더 지켜보자"며 "당장 계약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L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인근에 대학교가 몰려 있고 직장인들의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 월세 임대수익을 생각하고 분양 받은 집주인들도 많다"며 "전세물건이 많다 보니 예전보다 월세를 찾는 사람들이 확실히 줄었다"고 전했다.


입주물량이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의 가능성도 점쳐졌다. 과거에도 2002년에서 2008년까지 밀어내기 분양이 급증해 연 평균 약 33만 가구의 입주물량이 나오면서 2008년 하반기에는 서울 강남에서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 당시 단기간에 1만가구 이상 입주를 진행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역전세난이 발생하며 전세가격이 1년 동안 18.29%나 하락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앞으로 주택시장의 핵심 변수는 입주 물량"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 입주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전세가격 하락, 보증금 상환 부담과 이자 비용 증가 등으로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 매매가격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되는 분위기는 입주 물량이 계속되는 2019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로 인해 월세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는 맞지만 2년~3년은 입주 물량 과잉으로 전세공급이 늘어 반짝 전세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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