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샀더니 돈이 없네"… 가계 여윳돈 금융위기 이후 최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6.12.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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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가계 잉여자금 1.9조원 2008년 이후 최저… 세수 증가로 정부 잉여자금은 3년만 최대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신규공사 현장. /사진제공=뉴스1서울 시내 한 아파트 신규공사 현장. /사진제공=뉴스1


가계 여윳돈이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민들이 저축이나 보험금을 줄여 신규 주택구입에 많은 돈을 쓴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정부는 세수 증가로 잉여자금이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 올 3분기 가계 잉여자금 1.9조원=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금잉여(자금조달-자금운용)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전기대비 12조2000억원 감소했다. 새로운 통계기준(2008년 SNA)이 편제된 이후 최저치다.

과거 통계기준(1993년 DNA)까지 비교 범위를 확장할 경우 가계 여윳돈은 2005년 2분기(1조7000억원) 이후 11년3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자금잉여는 예금, 보험·연금, 채권·주식 등으로 굴린 돈에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뺀 개념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여윳돈이 늘었다는 의미다. 한은이 분류한 가계 및 비영리단체 범주에는 일반가계뿐만 아니라 소규모 개인사업자, 종교단체 등이 포함된다.

3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금조달 규모는 36조6000억원으로 전기보다 1조4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자금운용 규모는 39조9000억원으로 전기보다 10조8000억원 감소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22조1000억원이나 줄었다. 금융기관 예금액(19조1000억원→14조7000억원), 채권(9조원→2조9000억원) 등이 대폭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는 가계의 신규 주택구입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구주택 매매거래는 주로 가계간 거래비중이 많기 때문에 전체 자금운용 규모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3분기는 신축 주택거래가 많아 가계에서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간 규모가가 컸다는 분석이다.

문소상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3분기에는 신규주택 매매거래가 많아 가계에서 기업으로 자금이 이동, 가계 자금운용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입주예정 아파트 물량은 7만7800호로 이 중 수도권 지역이 50%인 3만8884세대다.

/자료=한국은행/자료=한국은행
◇ 공기업, 정부 여윳돈 대폭 증가= 공기업과 정부의 여윳돈은 대폭 증가했다.

3분기 비금융법인기업 자금조달액은 5조3000억원, 자금운용액은 9조8000억원이며 이에 따른 자금잉여액은 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공기업은 6조4000억원 자금잉여, 민간기업은 1조9000억원 자금부족으로 나타났다. 지난 여름 무더위로 한국전력공사 전기료 수입이 대폭 늘어난 데다, 주요 공기업 경영효율화로 여윳돈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자금잉여 규모는 1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기(10조6000억원)보다 8조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2013년 3분기(23조6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양도소득세, 담뱃세 등 정부 세수 증가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등 비거주자가 국내에 투자한 금액은 11조원,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에 투자한 금액은 4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국외부문 자금부족 규모는 34조8000억원으로 전기(23조1000억원)대비 11조7000억원 증가했다.

3분기 중 금융법인이 정부, 기업, 가계로부터 조달한 자금규모는 54조3000억원으로 이 중 44조8000억원이 비금융부문에 공급됐다.

◇ 가계 금융자산, 금융부채 2배 넘어= 올해 9월말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금융자산은 3282조원으로 3개월 전보다 49조2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부채는 1517조원으로 37조8000억원 증가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은 2.20배로 전기(2.22배)보다 소폭 하락했다.

비금융법인기업은 금융자산이 2369조원, 금융부채가 2421조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와 비교해 금융자산은 6조5000억원, 금융부채는 17조원 각각 감소했다. 기업 금융부채 감소는 지난해 2분기(-0.3%) 이후 5분기만이다.

일반정부 금융자산은 전기보다 16조6000억원 증가한 1442조원, 금융부채는 1000억원 증가한 934조원으로 집계됐다.

가계·기업·정부 등 국내 경제주체 총금융자산은 1경5271조원으로 전기대비 137조원 증가했다. 상품별로 △현금 및 예금 2927조원 △보험 및 연금준비금 1081조원 △채권 2542조원 △대출금 2701조원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3030조원 △파생상품, 직접투자 등 기타 2991조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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