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안해요" 연말특수 사라진 도심상권…신도시 상가도 '텅텅'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6.12.27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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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급감·공실증가에도 임대료는 高高…"분양가 높았던 탓, 내년에도 자금 몰릴 것"

서울 중구 상권 전경. @머니투데이 DB.서울 중구 상권 전경. @머니투데이 DB.


#"예약 안하셔도 자리 있으니 편하게 오세요."

지난 25일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서울 명동의 한 횟집을 찾은 김아무개씨(56)는 예상외로 썰렁한 분위기에 놀랐다. 맛집으로 유명해 웬만한 공휴일에도 예약 없이 식사하기 힘들던 식당엔 이날 저녁 손님이 김씨 가족 외 2팀뿐이었다.

시청, 광화문에서 멀지 않아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도 주변을 끊임없이 오갔지만 편의점, 커피숍만 붐빌 뿐 대부분은 간판불을 껐다. 연말 분위기를 돋우는 크리스마스 캐럴도 백화점 주변에서만 간간이 울렸다.



횟집 종업원은 "경기가 안 좋으니까 직장에서도 송년회, 신년회 한 번 없이 조용히 넘어간다고 하더라"며 "한창 때는 예약 안한 손님은 안 받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는데 요샌 겨우 현상유지만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월세 최대 100만원까지 조정해볼 테니 보러 오세요."



서울 강북의 한 스트리트형 상가는 분양 후 1층 면적 33㎡ 상가의 월 임대료를 350만~450만원으로 내걸고 임차인을 찾고 있지만 40% 가까이 비어 있다. "입지가 좋아 조정이 어렵다"고 버티던 주인들은 50만~100만원까지 조정이 가능하다고 한 발 물러났지만 입점 문의 자체가 뜸하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임차인들은 월세가 비싼 매장을 권하면 아예 보려고 하질 않는다"며 "웬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고선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연말 특수가 사라진 서울 도심 상권이 매출감소와 공실증가에 시달리고 있다. 대규모 입주가 진행 중인 위례, 동탄2신도시 등도 높은 임대료에 비어 있는 곳이 즐비해 수도권 상가 전반에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신도시에서 기존 상가 공실이 늘어나고 신규 분양된 상가 임대매물이 절반 수준밖에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

김민영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상가 임대료를 결정짓는 분양가가 주택시장 호황기에 워낙 높았기 때문에 불황과 매출감소에도 임대료가 낮아지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 도심 상권의 경우 임대료가 높아 공실이 늘면 상권이 침체돼 앞으로 임대료가 낮아져도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문제"라고 우려했다. 또 "신도시도 상권 형성이 늦어지면 베드타운으로 전락해 장기적으로 집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위례신도시 내 근린생활시설 전경. @머니투데이 DB.위례신도시 내 근린생활시설 전경. @머니투데이 DB.
실제 대규모 입주가 본격화된 위례신도시의 경우 서울 시내 못지않은 높은 임대료에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와 편의점 이외 상가 입점이 지체되고 있다. 현재 면적 66㎡ 기준 월 임대료가 단지 내 상가는 최대 400만원, 상업지역 상가는 400만~500만원대를 호가한다.

비싼 임대료 탓에 단지 내에는 편의점이 1곳 남짓에 불과하고 상가 건물도 1층은 30~40%가량 입점했지만 2층은 아예 비어있는 곳이 즐비하다. 위례신도시의 A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권리금은 없지만 임대료가 비싼 편이어서 상가 객단가가 높아져 서울보다 물가가 비싸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이같은 현상은 심화할 전망이다. 아파트 청약시장 위축으로 수익형 부동산으로 시중자금이 몰리면서 상가 고가 분양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선임연구원은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또다시 자금이 몰리면 분양가가 높아지는 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수익형 부동산 수익률 자체는 지금도 높은 수준이 아니어서 어려운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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