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다'…2017 촛불은 광장→현장으로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김훈남 기자, 윤준호 기자, 방윤영 기자 2016.12.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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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서 터져나온 분노, 빈곤·양극화 구조적 문제와 연결…희망 밝히는 새해로

24일 전북 전주시 충경로 사거리에서 열린 제7차 전북도민총궐기에 참가한 한 시민이 촛불이 꺼지지 않게 컵을 씌워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24일 전북 전주시 충경로 사거리에서 열린 제7차 전북도민총궐기에 참가한 한 시민이 촛불이 꺼지지 않게 컵을 씌워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2016년 마지막까지 기적의 평화 촛불은 계속 타올랐다. 올해 촛불은 어느 불길보다 뜨거웠고 광장은 어떤 힘보다 강력했다. 두 달여 동안 매주 연인원 100만명(주최측 추산) 꼴로 시민들이 쏟아졌고 결국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대통령을 사실상 권좌에서 끌어내려 특별검사 수사대상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대에 올렸다.

해가 바뀌면서 기존 권력에 대한 분노와 미래를 향한 열망은 이제 광장을 흘러 우리가 사는 현장 곳곳으로 스며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올해의 절망을 '이게 나라다'라는 새해의 희망으로 바꿀 때라는 의미다.



24일 성탄절 전날까지 주말 촛불집회는 아홉 차례 열렸고 총 892만7150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만 708만명이 모였다. 주최 추산 인원이 정확할 수는 없지만 역사상 최대 시위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연말 광장은 풍성하고 뜨거웠지만 현장은 빈곤하고 삭풍이 몰아쳤다. 2%대도 불안한 경제성장률에 신생아 수는 역대 최저로 떨어지면서 성장 절벽은 공고해지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1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노인 빈곤율은 50%에 육박한다.



피폐한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촛불을 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분노가 '배후'라고 지목했다.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아 나왔다"(42세 주부), "참다 참다 더 이상 못 참아서 나왔다"(53세 회사원),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48세 자영업)고 말했다.

부모들은 자식한테 부끄러워서 나왔고 자식들은 미래가 안보여서 거리에 섰다. 나이와 지역, 직업을 떠나 분노와 좌절, 실망과 배신감이 얽혔다. 광장을 휩쓴 촛불의 물결에는 다양한 이들의 팍팍한 삶과 을(乙)의 절규도 녹아들었다. 어쩌면 '최순실·박근혜'는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쌓여온 문제를 터트린 '트리거(방아쇠)'라는 분석도 나온다.

촛불민심은 단순하지 않고 가볍지 않다. 깊은 구조적 문제와 연관됐다. 박정희 패러다임이라는 권위주의 질서, 87년 대의민주주의 쟁취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은 경제민주화 갈망, 양극화 심화의 적폐가 뒤엉켰다.


그래서 특정 정치세력이 얄팍한 집권 속내로 촛불민심에 숟가락을 얹었다가는 거센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실제 거리의 시민들은 어떤 대권후보도 명확히 지지하지 않았다. '이석기 석방' 구호에 쏟아진 싸늘한 시선이 보여주듯 정치적 계산이 보이면 여지없이 등을 돌린다.

그렇다고 광장이 계속될 수는 없다. 광장에서 분출된 저항과 요구를 정치, 경제, 사회 각 현장에 적용하고 실현하는 새해가 밝는다. 탄핵 심판 결과와 무관하게 새 정권도 세워야 한다. 자기를 녹여 어둠을 밝혀내는 촛불처럼 정치권부터 시민 각자에 이르기까지 눈앞의 이해타산을 내려놓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너진 국격을 바로 세우고 죽어가는 경제를 살려 내 '이게 나라다'라고 할 수 있는 2017년을 만드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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