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귀인오류와 美·中 갈등

머니투데이 이일환 동아대국제전문대학원 교수 2016.12.2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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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환의 情(정보의 눈으로)·世(세상)·思(바라보기)

▲이일환 동아대국제전문대학원교수▲이일환 동아대국제전문대학원교수


정보실패는 특정한 사건이나 돌출되는 사안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거나, 이에 대한 정보예측 또는 판단을 올바로 하지 못해, 크나큰 국가적 재난을 초래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러한 정보실패를 유발하는 심리적인 요인 중의 하나가 ‘근본적 귀인오류’이다. 우리가 흔히 귀인오류라고 부르기도 한다. 歸因은 어느 한쪽의 영향을 과대평가 또는 과소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딱 맞는 對句다. 국정을 농단하여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도 귀인오류의 렌즈에 딱 들어맞는 사례다.

로맨스와 불륜은 그 부정적인 영향이 개인 차원으로 그치지만, 국가 간의 관계나, 국제적인 문제에 작동하게 되면 그 파장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 온다. 미중관계가 이에 해당한다. 3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1. 6.25 전쟁 당시 미국은 맥아더 군을 38선 이북으로 진격시키고자 했을 때, 중국군 개입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중국도 미군의 38선 통과 여부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으면서 참전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서로 원치 않았던 군사적 대결을 부추긴 것은 상대국의 의도에 대한 오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오판했던 것은 정보가 부족했거나, 정보를 잘못 해석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화 시에 상대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된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데 따른 결과이다. 이념적 관점에 근거하여 상대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평화 시에 이념적 색채를 덧씌워 만들어낸 적의 이미지 때문에 위기의 시기가 닥쳤을 때 적의 정보를 분석하는데 있어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고, 상대방의 의도를 오판하기에 이른 것이다.

#2. 미·중간의 사이버 첩보활동에 대해서도 ‘근본적 귀인오류’가 내면에 작동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정부와 연관되어 있는 해커그룹이 사이버 공간을 침투하여 미국의 기밀이나 산업정보를 수집해간다며 종종 여론화시켜왔다. 2014.5 미국 법무부가 인민해방군 해킹부대 소속 장교 5명을 사이버 스파이혐의로 기소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중국과 서방국가는 근본적인 문화차이가 있다. 중국은 상황중심적(situation-centered)인데 비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개인중심적(individual – centered)이다. 이런 차이는 지적 재산권 침해문제나 사이버 첩보활동과 같은 특정이슈를 접근하는 방식에서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손자병법에서 첩자를 5개 부류(鄕間,內間,反間,死間,生間)로 나눠서 활용했을 정도로 정보의 중요성을 일찍히 터득하고, ’정보활동 생활화‘가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군사부문 뿐 아니라 비즈니스에도 폭넓게 적용해 왔다. 중국의 정보활동은 ’경쟁정보(competitive intelligence) 수집‘ 행위에 가깝다. 자신들의 비즈니스 역량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 기업이나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첩보 수집 행위는 평상시 해야 할 관행으로 여긴다. 지적재산권 부분도 ’비독점적인 과학적 지식‘이자, 공유된 지식으로 간주하며, 사회를 위한 획득물(gain)로 간주한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행위를 ‘Night Dragon Attack’으로 명명함과 동시에 사이버공격으로 간주하면서,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행정명령을 2015.4 발동했다. 제재대상은 중요한 컴퓨터 네트워크 균열· 지적재산과 무역비밀 절취 및 훔친 비밀을 토대로 한 부당이익 획득행위 등이다. 미·중 간에 사이버 공간에서의 적대행위가 구조화하고 있는 것이다.

#3. “중국 국영기업에는 미국 기업을 아예 팔지 말아야 한다”.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가 2016.11.16.(미국시간) 보고서 형식으로 공개한 내용이다. 중국의 공세적인 미국 첨단기업 인수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담겨있다. “중국 공산당은 국영기업을 국가안보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로 삼는 만큼,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배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미국 안보에 매우 위험하다”며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실 중국은 2015년 1,100억불을 M&A에 투자하여 “중국이 세계를 전부 사 들인다”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M&A를 통한 첨단기술획득에 노력해온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이런 엄포와 엄살은 허언만은 아닌 듯하다. 기술패권을 둘러싼 양국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상과 같은 3가지 사례가 보여주듯, 미국과 중국은 경제·사이버· 남중국해 등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대립하고 있다. 對중국 강경책을 표방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대립과 갈등의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메르시 쿠오(Mercy A. Kuo)는 향후 국제질서를 다수성과 복잡성이 결합된 Multiplex World로 규정짓고, 미국이 그간의 일방주의적 행동을 접고, ‘함께가는 정신’으로 공유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주도의 국제질서는 종말을 告했다는 것이다. 그 논거로 세계적인 파워의 분산, 인종갈등·테러 등과 같은 초국가적인 위협의 보편화 그리고 글로벌 가버넌스의 분절화(fragmentation) 등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신고립주의적인 정책이 국제정치에 그대로 투영된다면, 세계는 고르바초프가 최근 언급했던 것처럼 ‘위기의 시대’ ‘각자도생의 시대’가 가속화할 지도 모른다.

3선 하원의원인 폼페오(52세,캔자스주)의 CIA국장 지명 등 조지 부시 정부시절 네오콘에 필적하는 강경보수파들의 커밍아웃은 미국이 과거 정보실패를 초래한 ‘귀인오류’를 또다시 답습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보처리와 판단에 편견 등과 같은 심리학적 요인이 과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세익스피어 작품의 독특한 매력 중의 하나는 ‘역사를 초월하는 교훈성’에 있다. 和爲貴 즉 조화로운 것이 귀한 것이다.

이일환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前 국가정보원 부산지부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
한국국가정보학회 이사
한국가버넌스혁신포럼 이사
미래예측포럼 부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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