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전철 사업…문제는 '엉터리 수요예측'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6.12.21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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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전철 10곳 중 9곳 첫삽도 못 뜨고 있어…"현재 사업구조론 투자 못해"

위기의 경전철 사업…문제는 '엉터리 수요예측'


최근 '의정부경전철'이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다른 경전철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현재 운행 중인 경전철 대부분의 적자가 잘못된 수요 예측에서 비롯됐지만 현재의 사업구조를 뜯어 고치지 않는 한 앞으로 진행될 경전철 사업에서 건설사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의정부경전철 적자의 근본 원인은 예상운임수입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탓이다. 한국교통연구원(KOTI)이 예상한 의정부경전철 예상 승객 수는 2012년 7만 9049명에서 매년 1만 명씩 늘어 올해는 11만8998명이 됐다.



하지만 의정부경전철이 운영을 시작한 2012년 실제 평균 승객 수는 1만2090명으로 예상치의 15%에 불과했다. 이후 승객수가 꾸준히 늘어 올해는 3만5000여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예상승객 수 대비 30%에 그치고 있다.

당초 사업을 추진하면서 의정부시와 의정부경전철 시행사 측은 실제 운임수입이 예상운임수입의 50% 이상일 경우 의정부시가 재정지원을 하도록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인데 50%를 채우지 못하면서 재정지원조차 받지 못해 2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누적됐다.



의정부경전철 지분을 보유한 건설사 한 관계자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승객 수를 늘리려고 노력했지만 의정부 인구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등 한계에 부딪혔다"며 "실시협약을 변경하고자 해도 의정부시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사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용인경전철' 사업까지만 해도 건설사에게 경전철 사업은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에 비유됐다. 승객수가 아무리 적어도 적자를 보전해 주는 MRG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개통한 김해부산 경전철 역시 MRG가 적용됐다. 다만 의정부경전철은 예상운임의 50%를 넘겨야 하는데 예상치가 워낙 높다 보니 한 차례도 MRG를 충족하지 못했다.


앞으로 개통하는 경전철은 지자체의 재정지원이 아예 불가능한 구조다. 2009년 이후 MRG가 시장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경전철 사업의 수익성은 낮아지고 리스크는 더욱 커진 셈이다.

실제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중인 서울시 경전철 10곳 가운데 우이신설선을 제외한 나머지 9곳은 아직 첫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사인 삼성물산조차 지난 10월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에서 손을 뗐다. 경전철 운영 등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노선이 변경된 후 수요 예측에 위험부담이 크고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면목선의 경우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지원사가 없어 올 초 민간투자 대상사업을 취소했다. 우이신설 연장선과 목동선은 현재 민간 사업제안이 없으며 난곡선은 고려개발이 사업제안을 철회해 현재 민간사업제안이 없는 상태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MRG가 시장에서 사라진 이후 철도사업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철도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것은 교통량과 운임, 정부지원금 등인데 현재와 같은 구조론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만큼 어느 민간 기업이 쉽게 투자하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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