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없는 임대료에 등골휘는 자영업자…월세급등 막을길 없나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6.12.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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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임대료는 폭등, 상권 양극화의 그늘-③]"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절실…민생 외면한 국회"

편집자주 경기침체에도 상가 임대료가 단기 급등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저성장, 저물가가 장기화하고 올 들어 청탁금지법 시행,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고조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것과는 별개로 상가 임대료는 고공행진 중이다. 치솟는 임대료와 상권 양극화 실태를 짚어보고 임대인·임차인 간 상생협약 등 대안의 실효성과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상한없는 임대료에 등골휘는 자영업자…월세급등 막을길 없나


#서울 종로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40대 A씨는 2년마다 건물주 요구에 따라 임대료를 올려줘 가며 6년 가까이 영업을 해오고 있다. 내년에도 영업을 계속 하려면 월세를 180만원으로 올려주고 재계약을 해야 한다.

A씨가 재계약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자 건물주는 상가를 매물로 내놨다. 하지만 입지에 비해 임대료가 비싼 편이어서 가게를 보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A씨는 "들어올 때 낸 권리금 3000만원에 인테리어 비용 2000만원을 모두 날릴 것 같아 불안하다"며 "그렇다고 계속 있자니 월세를 감당하기 벅차다"고 토로했다.



#강남에서 일식집을 운영 중인 B씨는 불황에 지난달 처음으로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송년 모임으로 빈방이 없을 정도로 꽉 찼던 식당은 단체손님 급감으로 종업원도 줄였다.

메뉴도 단가를 낮춰 정비했지만 날로 커지는 임대료 부담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B씨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버텨보고 있다"며 "연말, 연초에도 차이가 없으면 업종을 전환하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기불황에 상가 매출은 줄어드는데 임대료는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상권이 양극화되면서 일부 '뜨는 상권'을 제외한 침체 상권의 매출 감소와 임대료 연체 등 생존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실제 자영업자들 상당수가 은행 대출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60조5000억원으로 2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월(2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1000억원 가량 늘었다. 주택구입 등의 목적이 아닌 생계형 대출은 향후 금리인상시 연체율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전문가들은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출 감소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만 임대료 급등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대료 증액 상한을 연 9%로 제한하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에 수익형 부동산이나 금융상품 수익률 등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황규완 대신증권 연구원은 "개인 입장에서 보면 대안이 없으니 높은 월세를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고, 월세투자 수요가 가격을 상승시키는 형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연 9% 상한마저도 일정 보증금 이하인 경우에만 적용돼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실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의 경우 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한 환산보증금이 4억원 이하일 경우에 한해서만 상한이 적용된다. 규모가 있거나 보증금, 월세가 비싼 상가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

상가투자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서울에선 비싼 상권일수록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고 적용 대상이 된다고 해도 건물주가 1년 단위로 계약하면서 임대료를 막무가내로 올려 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보증금·월세 규모로 차등을 두지 말고 모든 상가건물에 임대차보호법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대료는 주로 수도권에서 폭등하는데 정작 법적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 들어 국회에 발의된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모두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상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 적용되는 환산보증금 4억원 기준은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생팀장도 "임대료 폭등에 고통 받은 상인들을 생각하면 환산보증금 기준은 폐지해야 한다"며 "연 9% 상한도 굉장히 높은 수준인데 물가상승률에 연동한다든지 하는 현실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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