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국채나 회사채는 물론 물가연동채권 등 투자상품의 수익률도 미국과 반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부적으로 국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및 신정부 정책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와 관련해 미국은 점진적인 인상을 택했고 한국은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양국 채권투자와 관련한 방향이 크게 엇갈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일단 물가연동국채가 그렇다. 물가연동국채는 채권이자에 물가상승률을 더해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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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경기회복,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 금리인상 효과 등 3가지 호재가 더해지며 국채 10년물과 물가연동국채(TIPs)간 수익률차이는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가연동국채를 찾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배경이다. 미국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2%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의 물가연동국채는 사정이 다르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조짐에 경제 성장률까지 낮아지면서 물가를 올릴만한 요인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KDI는 이달 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 초반(1.1~1.4%)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경기 둔화와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등 하방위험으로 대내외 수요가 약화되면서 물가상승세를 제약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금융연구원도 내년 물가상승률이 1.3%를 나타낼 것으로 점쳤다.
강남의 거액자산가들은 한 때 한국 물가연동국채에 뭉칫돈을 넣었으나 최근에는 이를 처분하고 미국의 물가연동국채나 연관펀드를 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는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불안감이 커진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미국 물가연동국채가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상품 뿐 아니라 채권시장 전반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이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동안 미국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경우 한-미 채권금리 역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0.50%∼0.75%다. 내년에 0.25% 포인트씩 3차례 더 오르면 1.25∼1.50%로 높아진다. 이에 반해 한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1.25% 수준에 머무른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한국보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해진다는 얘기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내년 2분기 초까지는 채권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미국 10년물 금리가 2.8%까지 올라갈 경우 국내 10년 금리 역시 추가로 상향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간 전망에서 국고채 10년물의 상단 금리를 2.35%로 제시했지만 조만간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연초에는 기관들의 자금집행이 예정돼 있지만 투자는 신중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 국채 3년물 지표금리가 전거래일보다 5.3bp(1bp=0.01%p) 오른 1.697%를 기록한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