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A씨가 간 식당에선 평소와 비슷하게 구성된 메뉴에 달랑 와인 한잔을 추가해놓고 원래 가격의 50%를 더 받는다. 가격은 비쌌지만 손님이 많아 제대로 된 서비스도 못받고 빨리 나가야 하는 압박때문에 음식도 여유있게 즐기지 못하기도 한다. 때문에 지난해 쓴 돈의 절반만 들여 친구들과 집에서 음식을 해먹기로 했다.
크리스마스는 요식업계의 대목 중 하나다. 호텔, 유명 레스토랑은 물론 번화가의 식당들은 너도나도 '크리스마스 특선 메뉴'를 선보인다. 올해 크리스마스도 예외는 아니다.
행사기간 동안 선보이는 코스요리는 평소에 제공하는 코스와 큰 차이는 없다. 전체요리와 스테이크 구성은 동일하되, 와인 반병을 제공한다. 식시시간도 6시, 8시로 나눠져 식사시간은 1시간30분으로 제한됐다.
홍대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최근 미슐랭 가이드에 나온 한 프렌치 레스토랑도 사정이 비슷하다. 전채요리 3~4가지와 스테이크로 구성된 코스요리가 평소에는 각각 7만5000원, 12만원 수준이던 것에 비해 크리스마스 성수기에는 9만5000원, 18만원에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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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격변동이 심한 곳은 호텔 레스토랑이다. B호텔 뷔페 레스토랑은 평소 10만5000원을 받지만 해당 기간에는 15만5000원을 내야 입장할 수 있다. 약 50% 오른 것이다. 추가로 제공되는 메뉴는 없고 와인 한잔만 무료 제공한다. 다른 레스토랑들이 크리스마스 특별 구성 메뉴를 이미 공지하고 예약을 받고 있다.
여자친구와 첫 크리스마스를 보낼 계획인 회사원 박모씨(29)는 "여자친구와 함께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여서 분위기 좋은 곳에서 외식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해 몇 군데 알아보고 가격에 너무 놀랐다"며 "기본 1인당 10만원이 넘는 메뉴 때문에 고민했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 큰 마음먹고 식당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들은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몰리기 때문에 종업원 수도 더 늘려야 하고 재료 구입비도 더 들어간다고 항변한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이날은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몰리기 때문에 인건비나 재료비 등이 많이 들어 가격에 추가 비용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휴가철 성수기에는 예약을 해놓고 오지 않는 '노쇼'가 많이 발생하는 등 손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미리 (손실에) 대비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특수를 이용해 단기적 이익을 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정 모씨(48)는 "크리스마스에는 손님이 많아 한정 메뉴 제공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가격을 지나치게 올려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평소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어 그만큼 늘어나는 비용은 충분히 보전할 수 있어서다"라고 지적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도 "항공권과 숙박료와 마찬가지로 성수기에 수요가 몰려 가격을 올려받는 것 자체가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 없이 가격만 높게 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성수기 요금을 과하게 부르는 식당을 단속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만큼 소비자들의 꼼꼼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식당의 가격을 통제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은 없고 그렇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비자가 해당 식당의 평소 가격과 성수기 가격과 구성 메뉴를 비교해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크리스마스 시기에 가격을 올리는 것은 영업전략일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고객과 함께 가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격 전략을 짜길 권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