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 물려준 재산, 며느리 손길 차단하려면…

머니투데이 이은정 하나금융투자 강남WM센터 PB 2016.12.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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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이은정 하나금융투자 강남WM센터 PB

손주에 물려준 재산, 며느리 손길 차단하려면…


#요즘 부쩍 건강이 나빠진 A씨는 본인이 갑자기 건강이 악화될 경우 재산관리나 병원비, 요양비 해결이 걱정입니다. 발달장애자녀를 둔 B씨는 본인 사후 자녀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자녀의 생활비를 지급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C씨는 아들이 이혼하면서 미성년인 손주들에게 재산이 상속될 경우 며느리가 재산에 손을 댈까 염려됩니다. 사업가 D씨는 사업과 관련된 자산은 후계자인 장남에게 물려주고 싶어합니다.

유언은 본인이 일생을 거쳐 모아온 재산을 사망 후 가족들에게 남기기 위한 아름다운 절차입니다. 유언에는 누구에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가족이 처한 상황에 맞는 배려, 나누는 데 다툼이 없었으면 하는 염려가 담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속하는 분이 원하는 대로 상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객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니즈에 맞춰 설계되는 상품이 유언대용신탁입니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위탁자)이 신탁계약을 통해 금융회사(수탁자)에 재산을 이전하면 고객 생전에는 금융회사가 자산을 관리하며 고객에게 수익을 지급하다 고객 사후 미리 정한 수익자에게 계약내용에 따라 재산을 상속하는 제도입니다.



기존 유언제도는 '유언법정주의'에 따라 민법상 정해진 사항을 규정된 방식에 따라 해야만 유효하기 때문에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유언자의 진의와 무관하게 무효화되기도 하고 위조나 분실의 위험도 있었습니다. 유언증서의 작성 및 공증 등에 복잡한 절차와 비용이 소요됩니다. 또한 유언 없이 사망할 경우 법정상속이 개시되는데 이때의 상속인과 상속순위, 상속분은 법률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사망자(피상속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의 효력이 있으면서 절차 및 변경이 간소하고 고객 사망 후 상속절차 또한 금융회사의 관리하에 투명하고 신속히 이뤄집니다. 각종 신고 및 세금 납부 등 상속에 대한 각종 서비스도 지원됩니다.

또한 유언은 고객의 사망 이후 효력이 발생되는 데 비해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위탁자) 생전의 자산관리 및 수익지급을 통해 노후생활자금 이용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단순히 자산의 보관과 상속집행만 하는 것이 아닌 종합자산관리상품으로서 주식, 채권 등 고객이 지정한 자산에 투자해 재산을 증식하고 신탁자산이 부동산일 경우 임대나 유지보수, 처분 등도 부동산신탁을 통해 관리합니다.


갑작스런 부모의 사망으로 어린 자녀만 남게 되거나 이혼, 재혼에 따라 가족관계가 변화한 경우에도 미성년인 손자녀의 상속재산을 보호하고 후견인의 재산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유언대용신탁이 이용됩니다. 장애인인 자녀가 부모의 사망 후에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유언대용신탁이 상속재산을 관리하고 생활비 지급을 대행합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고객 본인이 치매나 질병 등으로 재산관리나 의사결정이 힘들어질 때를 대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위의 경우들은 보통 후견인제도를 통해 해결되지만 후견인이 지정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 재산손실의 위험이 있고 후견인의 재산관리 또한 본인의 의사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생활비, 병원비 지급 등 재산관리와 상속에 대한 사항을 미리 정해두면 안심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법정상속은 유산의 배분비율을 정한 것이기 때문에 유산의 분할방법이나 지급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아 상속인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 데 반해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면 자택은 배우자에게, 예금은 자녀에게 등의 분할방법을 미리 정할 수 있습니다. 수익자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매달 생활비만 지급하다가 성인이 된 후 부동산과 잔여재산을 물려준다는 식의 구체적인 지급방법도 정해놓을 수 있습니다.

고객 사망 이후의 재산승계에 대해서도 계획이 가능한데 수익자연속신탁의 방법을 통해 수인의 수익자가 순차적으로 수익권을 취득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 사망 후 손자녀에 대한 상속이나 배우자 사망 후의 종교단체 기부까지 미리 설계할 수 있습니다.

단 유언대용신탁도 민법상 권리인 유류분(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의 법정상속분 중 일정비율을 보장해주는 제도) 반환청구권은 침해할 수 없기 때문에 상속재산 배분시 이에 대한 고려는 필요합니다.

가업승계의 경우 상속분에 따라 재산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데,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주식이나 사업용 재산은 후계자가 다른 자녀들은 배당금과 기타 재산만을 취득하게 하거나 주식을 신탁에 맡겨 의결권만 행사하게 하는 식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이에 걸림돌이 되던 금산법 조항(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의결권 있는 주식을 신탁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 필요)에 대해 금융권이 최근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유언대용신탁을 통한 가업승계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또한 신탁재산은 신탁 이전에 발생한 권리가 아니면 강제집행, 경매가 불가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파산 등 경제적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도 상속재산이 보존되며 수탁자인 금융회사가 파산하더라도 고객이 맡긴 신탁자산은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고령화 시대의 안정적인 노후자산의 관리와 상속분쟁 발생의 예방, 높아지는 이혼율 속에 변화되는 가족관계 등 유언대용신탁이 필요한 이유는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언대용신탁에는 어린 손자녀, 장애가 있는 자녀에 대해 본인의 사망 이후까지도 걱정을 놓을 수 없는 부모님의 사랑과 평생의 노력, 땀으로 일군 재산을 잘 관리해 자녀에게 물려주고픈 부모님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은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대중화된 지 오래며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시대를 맞았던 일본에서도 '웰 다잉'(well-dying) 열풍을 타고 이미 활성화됐습니다. 한국은 아직 초기단계지만 최근 금융회사들이 다양한 유언대용신탁상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유언대용신탁의 상속세를 일부 감면하는 세제 혜택을 검토하는 등 신탁업 발전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우리에게도 곧 유언대용신탁이 친숙한 노후상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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