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의 먹자골목 상권 전경. @머니투데이 DB.
서울 강북 역세권에서 네일숍을 운영 중인 A씨는 가게를 접기 위해 매물을 내놨지만 연락이 없자 최근 시설투자비를 포함한 권리금을 절반으로 낮췄다.
매장은 유동인구가 많고 상가가 밀집한 지역에 있지만 경기가 안 좋은데다 줄어드는 매출에 비해 월세 부담이 늘면서 운영이 버겁던 차였다. 계약만료가 다가오자 건물주도 월세를 기존보다 10만원 정도 깎아주겠다고 나섰다.
#"커피숍 공간 나눠 쓸 빵집을 찾습니다."
200만원에 가까운 월세를 감당하기 버거워 가게를 처분할까 고민했지만 아직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까닭에 공간을 나눠쓰면서 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다.
공유 업종은 커피숍과 붙어 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게끔 샐러드나 샌드위치, 빵, 스낵류를 파는 베이커리 등으로 정했다. 공간을 나누는 대신 창고나 테라스를 최대한 활용하면 수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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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상가들이 권리금을 대폭 낮춰 매물로 내놓거나 매장을 쪼개 공유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월세 부담은 높아지는데 매출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치킨집, 커피숍, 떡집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급매'나 '매장 공유'가 늘어나는 추세다.
급매는 역세권 상권도 예외는 아니다. 12일 신촌·이화여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지하철역 인근 먹자골목을 비롯해 대로변과 골목 안쪽까지 '급매'로 나온 커피숍, 미용실, 분식집 등 상가 매물들이 쌓여 있다.
권리금이 없거나 있더라도 '조정이 가능'하다는 매물들이 대부분으로 높은 월세 탓에 손바뀜이 쉽지 않다는 게 부동산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 3분기 신촌, 홍대, 이화여대 인근 상권의 3.3㎡당 임대료 상승률은 전 분기 대비 5%를 웃돌았다.
매장 공유는 불황을 이기는 방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에는 '매장 공유'를 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같은 시간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커피숍과 베이커리가 월세를 반씩 내며 공간을 공유한다든가, 밤에만 장사를 하는 치킨집이 낮에 밥집으로 매장을 빌려주는 형태다.
이 같은 영업을 원하는 상인들을 중개해주는 매장공유 서비스도 생겨났을 정도다. 월세 부담을 줄이려는 기존 상인들과 창업 비용을 아끼려는 신규 창업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강남의 한 매장공유 서비스 관계자는 "치킨집이 낮에 문을 닫는 동안 도시락이나 백반을 팔게 하고 월세를 나눠 내면 서로에게 이득"이라며 "주방을 같이 쓰고 냉장고 공간도 반씩 사용하는 등 매장공유가 불황에 대처하는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