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같이 쓰실분" 장기불황에 '급매' 늘고 쪼개팔기도 급증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6.12.13 04:27
글자크기

매장공유 서비스도 인기…"월세 줄이려는 상인과 신규 창업자들 관심 높아"

서울 신촌의 먹자골목 상권 전경. @머니투데이 DB.서울 신촌의 먹자골목 상권 전경. @머니투데이 DB.


#"역세권 네일숍, 권리금 2500만원, 월세 10만원 낮췄어요."

서울 강북 역세권에서 네일숍을 운영 중인 A씨는 가게를 접기 위해 매물을 내놨지만 연락이 없자 최근 시설투자비를 포함한 권리금을 절반으로 낮췄다.

매장은 유동인구가 많고 상가가 밀집한 지역에 있지만 경기가 안 좋은데다 줄어드는 매출에 비해 월세 부담이 늘면서 운영이 버겁던 차였다. 계약만료가 다가오자 건물주도 월세를 기존보다 10만원 정도 깎아주겠다고 나섰다.



A씨는 "권리금을 절반 밖에 못 받고 나가려니 속이 쓰리지만 요즘 경기를 보면 더는 욕심부려선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커피숍 공간 나눠 쓸 빵집을 찾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커피숍을 운영 중인 40대 B씨는 얼마 전부터 전용면적 43㎡ 가량의 매장을 나눠 쓸 사람을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물색 중이다.

200만원에 가까운 월세를 감당하기 버거워 가게를 처분할까 고민했지만 아직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까닭에 공간을 나눠쓰면서 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다.

공유 업종은 커피숍과 붙어 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게끔 샐러드나 샌드위치, 빵, 스낵류를 파는 베이커리 등으로 정했다. 공간을 나누는 대신 창고나 테라스를 최대한 활용하면 수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상가들이 권리금을 대폭 낮춰 매물로 내놓거나 매장을 쪼개 공유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월세 부담은 높아지는데 매출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치킨집, 커피숍, 떡집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급매'나 '매장 공유'가 늘어나는 추세다.



급매는 역세권 상권도 예외는 아니다. 12일 신촌·이화여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지하철역 인근 먹자골목을 비롯해 대로변과 골목 안쪽까지 '급매'로 나온 커피숍, 미용실, 분식집 등 상가 매물들이 쌓여 있다.

권리금이 없거나 있더라도 '조정이 가능'하다는 매물들이 대부분으로 높은 월세 탓에 손바뀜이 쉽지 않다는 게 부동산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 3분기 신촌, 홍대, 이화여대 인근 상권의 3.3㎡당 임대료 상승률은 전 분기 대비 5%를 웃돌았다.

매장 공유는 불황을 이기는 방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에는 '매장 공유'를 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같은 시간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커피숍과 베이커리가 월세를 반씩 내며 공간을 공유한다든가, 밤에만 장사를 하는 치킨집이 낮에 밥집으로 매장을 빌려주는 형태다.



이 같은 영업을 원하는 상인들을 중개해주는 매장공유 서비스도 생겨났을 정도다. 월세 부담을 줄이려는 기존 상인들과 창업 비용을 아끼려는 신규 창업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강남의 한 매장공유 서비스 관계자는 "치킨집이 낮에 문을 닫는 동안 도시락이나 백반을 팔게 하고 월세를 나눠 내면 서로에게 이득"이라며 "주방을 같이 쓰고 냉장고 공간도 반씩 사용하는 등 매장공유가 불황에 대처하는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