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겨울', 대형 화랑이 신예 주목한 까닭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6.12.1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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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센터·갤러리현대·학고재 12월 30~40대 젊은 작가 전시 집중

박경근 작가의 갤러리현대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전 출품 신작인 라이브 퍼포먼스  '천국의 계단' 리허설 장면. /사진제공=갤러리현대 박경근 작가의 갤러리현대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전 출품 신작인 라이브 퍼포먼스 '천국의 계단' 리허설 장면. /사진제공=갤러리현대


국내 주요 대형 화랑이 모처럼 젊은 작가 소개에 분주해졌다.

미술계 관계자에 따르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는 별관 성격인 언타이틀관에서 오는 20일 방자영(39·여), 이윤준(46) 두 명의 작가로 구성된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방앤리’(Bang&Lee)의 전시를 연다.

내년 1월 7일까지 실험적인 설치 예술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기존 전속 작가 외 다양한 작가들에 대한 초점을 보다 맞추기 위한 가나아트 구상의 일환이다. 언타이틀관이 8월 개관한 이후 9월과 11월 및 이달까지 잇따라 젊은 작가를 소개하게 됐다.



현대화랑의 신관인 갤러리현대는 최근 박경근(38), 양정욱(34), 이슬기(44·여) 작가 단체전으로 동시대 예술을 조망하는 전시를 열었다. 내년 1월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갤러리가현대가 올 들어 처음 개최한 젊은 작가 전시다. 전시명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제목이기도 한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장희정 갤러리현대 큐레이터는 9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현대 미술이 어렵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눈 내리는 모습을 그저 자연스럽게 바라보듯, 작품을 즐겨보자는 의도에서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학고재갤러리 신관에서 열린 허수영 개인전 설치 전경.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학고재갤러리 신관에서 열린 허수영 개인전 설치 전경.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눈 내리는 겨울은 화랑가가 젊은 작가를 소개해 볼 법한 시기도 된다. 화랑 관계자들은 "작가도 화랑도 너무 무덥거나 너무 추운 날씨는 관객이 찾지 않는 비수기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낯설지만 가능성 있는 작가 발굴 기회로 여름이나 겨울을 활용할 수 있다.



매해 여름·겨울 마다 화랑가 '빅 4'(국제갤러리·가나아트·현대화랑·학고재갤러리)가 젊은 작가 소개에 집중한 것은 아니다. 그 같은 측면에서 올해는 보다 특별했다. 국제갤러리는 지난 여름 가능성 있는 젊은 작가를 조명할 목적으로 2관에서 3년 만의 신예 기획전인 '유명한 무명'전을 개최했다.

정준모 평론가는 "정치, 경제, 문화계 모두 어려운 시국에서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화랑가가 시장 저변을 확대해 보는 시도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젊은 작가를 발굴한 화랑은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젊은 작가들은 작업을 단념하고 다른 진로를 찾을 위험을 배제하기 힘들어 화랑 입장에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 회장은 그가 발굴한 신예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드러냈다. 학고재갤러리는 신관에서 정통 회화를 선보이는 허수영(32) 작가 개인전을 이날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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