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가결] 국정교과서, 명운 다하나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6.12.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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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반대여론에도 강행한 이유는 대통령 의지… 시민단체 "박근혜 효도교과서" 비판

 진재관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이 5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의견접수 결과 중간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브리핑에서 제출된 의견 984건 중 13건은 즉각 반영하고 85건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른쪽은 금용한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장. /사진=뉴스1 진재관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이 5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의견접수 결과 중간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브리핑에서 제출된 의견 984건 중 13건은 즉각 반영하고 85건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른쪽은 금용한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장. /사진=뉴스1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한국사교과서 국정화가 9일 박 대통령 탄핵 가결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교육부가 학계, 교육계, 시민단체가 꾸준히 반대해 온 국정화를 추진한 것은 박 대통령의 의지라는 분석이 많았다.

교육부가 국정화 추진을 본격적으로 공표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당시 교육부는 역사교수들이 국정교과서 제작에 불참을 선언하는 등 학계의 강한 반대에도 국정화 강행 방침을 밝히며 '기존 검정교과서의 편향성'을 이유로 들었다. 황우여 전 교육부장관은 국정화 고시를 확정짓는 기자회견에서 "현행 역사교과서의 검정발행제도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더 이상 역사교과서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고 역사교육을 정상화 해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국가의 책임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이 같은 교육부의 일변도 행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한 언론매체는 지난 2014년 9월17일 작성된 '국정 국사교과서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거 검토'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을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문건에는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중심 좌파 역사관이 학생들에게 주입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기존 검정교과서 체제 하에선 여러 교과서를 공부해야 해 학생들 부담이 늘어난다" 등 국정화 홍보 방침이 자세히 포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가 공개한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내용도 이를 뒷받침한다.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뜻하는 '장(長)'이란 표시와 함께 "국사교과서 국정 전환 – 신념"이라고 적혀있다. 청와대가 역사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박 대통령의 '신념'으로 생각하고 강행 추진을 지시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망록은 국정화 방침 공표 시기보다 1년 이른 2014년 9월24일에 작성된 것이다.



결국 지난달 28일 공개된 국정교과서는 또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있다.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야당의 조사 결과 교과서 초고본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까지 실릴뻔했다는 사실이 적발됐고 공개된 현장검토본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5·16 군사정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면이 부각됐다.

4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효도 교과서'라고 비난했다. 기자회견을 연 역사학계 원로들은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서 상당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교과서를 '누더기 교과서'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전국 중·고교 역사교사 1372명은 '한국사 국정교과서 불복종'을 선언하고 "국정교과서를 수업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정교과서를 강행할 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교육부가 검토 중인 향후 계획은 △강행 △국·검정교과서 혼용 △1년 유예 △철회 등 4가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반대 여론이 많다는 것은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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