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안 가결, 경제영향은...'2004년' 돌아보니

머니투데이 홍정표 기자 2016.12.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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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여파는 크지 않지만, 결국 악영향 미쳐...장기적인 경제 혼란 막아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국회의당 모습/사진=뉴스1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국회의당 모습/사진=뉴스1


헌정 사상 두 번째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2004년을 떠올려 단기적인 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지금과는 국내외 상황이 많이 다르다.

9일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이에 박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개시된다.



10여년 전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직후 경제 충격은 단기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즉각적인 시장 안정화 정책을 펴고, 해외 투자자들 설득에 나섰기 때문이다. 증시와 원/달러 환율도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결정된 2004년 3월 12일에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일주일 후에는 탄핵 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됐다.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피치와 S&P(스탠더드&푸어스)의 신용등급 조정은 없었고, 무디스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린 후인 2004년 6월 전망치를 A3(전망 안정적)로 높이기도 했다.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되면서 경제가 버텼고, 종합주가지수가 800대에서 1000대에 근접하자 소비심리 지표 등이 개선됐다. 2004년 경제성장률은 4.9%로 목표치(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2003년)의 3.1%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실업률은 2003년 3.4%에서 그해 3.5%로 다시 상승했고, 15~29세의 청년실업률은 2002년 6.6%에서 IMF(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 직후 1999년의 10.9%에 이어 가장 높은 7.9%로 치솟았다.

실업자에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준실업자는 2002년 310만8000명에서 348만5000명으로 늘었고, 노동력 불완전 활용도는 14.9%를 기록하는 등 불안요인도 적지 않았다.


수출은 세계 경제 호황에 따른 영향을 받아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31.0%가 늘어난 2538억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수출 규모가 20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2004년이 처음이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경제지표가 그나마 선방한 것은 고건 국무총리와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총리는 탄핵안 가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 국제신용평기관, 해외 투자자 1000여명에게 연락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당부했고, 이후 국내 금융기관 및 경제단체 주요 인사들을 만나 시장을 신속히 안정시켰다.

현재 상황은 다르다. 미국에 보호무역을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중국의 반한 정서가 팽배하는 시점이다. 3년 연속 2% 성장률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내수와 수출의 동반 추락이 예상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로 국내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지출 여력 부족으로 내수 경제는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컨트롤 타워는 흐릿한 상태다. 야당은 황교안 총리가 박 대통령 체제 연장선상에 있어 권한대행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차기 경제부총리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해 발표하는 등 유일호 부총리의 무게감도 떨어진다.

경제계 인사는 “탄핵안 가결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탄핵정국이 장기화 되면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고, 환율 노사관계 등이 불안해져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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