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의 속 터지는 거짓말…이유가 뭘까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2016.12.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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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이 다른 피의자들 입 막아버리는 형태"…"최순실 알면 안되는 다른 이유 존재할 것"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지난 7일 정회된 청문회 증인석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지난 7일 정회된 청문회 증인석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지난 7일 국회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2차 청문회가 열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피의자들인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회의원들은 이들로부터 진상규명을 위한 증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진땀을 뺐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특히 김 전실장과 김 전차관 등은 이미 나와 있는 정황과 증거에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거짓말로 일관해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보는 시민들의 가슴마저 답답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거짓말이 단순히 혐의를 부인하는 수준을 떠나 뒷면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사진=뉴스1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사진=뉴스1
8일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김 전실장이 생전 최순실을 보지 못했다고 얘기하며 완강히 둘의 관계를 부인하는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며 "이번 청문회에서 얻은 새로운 사실이 있다면 김 전실장과 최순실 사이에는 이제까지 밝혀지지 않은 다른 거대한 비밀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실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시종일관 최씨를 모른다고 부인하다 자신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음을 지적하자 그제서야 최순실의 "존재는 안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와 함께 일했던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자신이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김 전실장의 지시사항을 빼곡히 적어놓은 수첩내용도 "그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간 것"이라며 부인했다.



그의 거짓말은 자신을 속이고 이를 사람들이 믿게끔 하는 단순한 거짓말은 아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치밀하게 계산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김 전실장의 발언을 보면 자기방어용과 자기 스스로 왜곡하는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자신이 스스로 밝힐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상세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만의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있고 어디까지 인정하고 안되고 이 범위가 치밀하게 계산됐다. 이런 정황을 볼 때 김 전실장과 최씨의 관계가 더 의심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5명의 태도에도 차이가 드러나 이들간의 역학관계도 주목된다. 차씨와 고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적극적으로 진술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김 전실정과 김 전차관, 장시호씨는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교수는 "차씨와 고씨를 제외한 3명의 경우 무엇인가 더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이날 김 전차관이 '밝힐 수 없다' '말할 수 없다'는 답변이 많았는데 이는 김 전실장이 김 전차관의 입을 막고 가이드라인을 주는 모습으로 비쳐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청문회가 끝난 뒤 김 전실장은 김 전차관에게 말을 걸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는 이어 "장씨는 어눌해 보이지만 최씨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그에 대한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청문회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히려 피의자들에게 서로 말을 맞출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한 심리학자는 "피의자를 한꺼번에 한자리에 모아놓고 심문하는 것은 결국 이들이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하고 말아야 하는지 입을 맞출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며 "오히려 한명씩 불러서 얘기하되 이를 녹취로 비교했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다른 국회 관계자는 "피의자를 한데 모아 국정조사가 '흥행'은 했을지 몰라도 소득은 별로 없던 것 같다"며 "시민들의 제보로 김 전 실장의 행보를 파악하고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은 그만큼 국회의 준비가 덜 됐음을 증명한 것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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