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지난 7일 정회된 청문회 증인석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특히 김 전실장과 김 전차관 등은 이미 나와 있는 정황과 증거에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거짓말로 일관해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보는 시민들의 가슴마저 답답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거짓말이 단순히 혐의를 부인하는 수준을 떠나 뒷면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사진=뉴스1
김 전실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시종일관 최씨를 모른다고 부인하다 자신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음을 지적하자 그제서야 최순실의 "존재는 안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와 함께 일했던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자신이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김 전실장의 지시사항을 빼곡히 적어놓은 수첩내용도 "그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간 것"이라며 부인했다.
이 교수는 "김 전실장의 발언을 보면 자기방어용과 자기 스스로 왜곡하는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자신이 스스로 밝힐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상세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만의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있고 어디까지 인정하고 안되고 이 범위가 치밀하게 계산됐다. 이런 정황을 볼 때 김 전실장과 최씨의 관계가 더 의심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5명의 태도에도 차이가 드러나 이들간의 역학관계도 주목된다. 차씨와 고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적극적으로 진술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김 전실정과 김 전차관, 장시호씨는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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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차씨와 고씨를 제외한 3명의 경우 무엇인가 더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이날 김 전차관이 '밝힐 수 없다' '말할 수 없다'는 답변이 많았는데 이는 김 전실장이 김 전차관의 입을 막고 가이드라인을 주는 모습으로 비쳐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청문회가 끝난 뒤 김 전실장은 김 전차관에게 말을 걸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는 이어 "장씨는 어눌해 보이지만 최씨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그에 대한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청문회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히려 피의자들에게 서로 말을 맞출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한 심리학자는 "피의자를 한꺼번에 한자리에 모아놓고 심문하는 것은 결국 이들이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하고 말아야 하는지 입을 맞출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며 "오히려 한명씩 불러서 얘기하되 이를 녹취로 비교했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다른 국회 관계자는 "피의자를 한데 모아 국정조사가 '흥행'은 했을지 몰라도 소득은 별로 없던 것 같다"며 "시민들의 제보로 김 전 실장의 행보를 파악하고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은 그만큼 국회의 준비가 덜 됐음을 증명한 것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