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언제쯤 집 살 수 있을까요?"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6.12.08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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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지금 집 사도 될까? 전셋값에 조금 더 보태면 될 것 같은데…." 내년 초 전세계약 만기가 돌아온다는 친구 A가 불쑥 말을 꺼낸다. 비록 전세지만 학군 좋은 동네, 작지 않은 아파트에서 사는 데다 벌이도 나쁘지 않아 먹고 살만 한가보다 여겼던 친구다. 이 친구도 집 고민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던가 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45개월간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셋값은 그 배로 뛰었다. 상승률이 무려 50%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 4년간 2억원짜리 전셋집이 3억원으로 뛴 셈이다.



연봉이 매년 두자릿수 이상 오른다면 모를까 도저히 소득 증가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실제 현 정부 출범 이후 가구소득 증가율은 5.3%에 그친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명목으로 줄기차게 '빚 내서 집 사라'고 얘기하는 동안 '빚 내서 세 사는' 사람들만 늘어났을 뿐이다. 가계부채 1300조원 얘기가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뛰는 전셋값을 보며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겠다고 다짐했던 A였지만 막상 계약 갱신 시기가 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연초만 해도 '청약 과열, 전세난'을 말하던 시장이 어느새 급랭과 역전세난을 걱정하고 있다. 당장만 해도 전세 보증금에 몇천만원을 보태면 살 수 있는 급매물이 나오지만 A로서는 선뜻 손을 뻗기가 쉽지 않다. 매년 전세 계약 갱신 때마다 밤잠을 설치는 걸 떠올리면 대출을 조금 더 받아 집을 사는 게 나을까도 싶지만 좀체 확신이 서질 않는다.



역대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으레 '서민주거 안정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번 정부도 생애 첫 주택 구입자·신혼부부 세제 혜택, 전세 대출 확대 등을 서민 주거안정대책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세액 공제와 저리 융자 혜택을 주는 것 이상으로 집값은 뛰었고 서민들이 집 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이 전셋값은 그 이상으로 솟구쳤다.

지금 집값과 전셋값이 내림세로 돌아선 것도 정부의 서민 주거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집값 오름세가 고개를 숙일 것이란 부정 전망과 슬금슬금 오른 대출금리 상승에 투자 수요가 시장에서 등을 돌린 이유가 크다.

정부 정책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반성이 뒤따라야 했다. 집 사라고 세금 혜택을 주고 대출 문턱을 낮춰준 정책이 서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은 아닌지 숙고에 숙고를 거듭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4년 내내 딴 곳을 보고 있었고 이제는 그 콘트롤타워 기능마저 상실했다.


이미 시장은 급변상황에 들어섰고 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시점이 됐다. 급등과 급락 사이에서 시장은 춤을 추고 그 동안 서민 주거안정은 또 한걸음 멀어졌다.
[우보세] "언제쯤 집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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