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10년간 月 1백만원 연금처럼 따박따박"이라니

머니투데이 이승형 건설부동산부장 2016.12.06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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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철학과의 해리 프랭크퍼트 교수가 최근에 쓴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라는 책이 있다. 80쪽이 채 안 되는 이 책은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독특한 철학서다.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와는 달리 꽤나 진지하게 개소리를 탐구하고, 분석한 철학적 담론 정도로 보면 되겠다.

저자는 개소리를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말도 안 되는, 하지만 단순한 헛소리와는 달리 말하는 이의 교묘한 의도가 숨겨진 말’이라고 정의한다.



우리 사회를 슬쩍 둘러만 봐도 이곳저곳 ‘개소리쟁이’들이 넘치기 때문일까. 구구절절 제법 설득력이 있다. 누구든 개소리의 의도나 수작이 뻔히 보여서 헛웃음이 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지 않는가.

개소리인 줄 알면서도 속아주는 척 해주는 방조자, 또는 그 개소리를 적극 활용하는 기회주의자적 자세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인의 기본이 됐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피곤해지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게 일상이다. 물론 개소리에도 스케일이 있어서 일정한 ‘선’을 넘었다 싶으면 응징하거나 저항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헌정 파탄에 이른 현 시국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프랭크퍼트 교수는 광고나 홍보, 정치 분야에서 개소리를 더 많이 목격한다고 말한다. 가령 일부 부동산 광고를 보면 얼마나 많은 개소리들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오늘 아침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평생수입보장 등 분양형 호텔 분양 관련 거짓·과장 광고 시정’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적발된 13개 분양업체들의 광고가 허위거나 과장이라는 내용이다. 수익률을 부풀리거나 수익보장기간이 장기간인 것처럼 눈속임을 하다 정부 기관으로부터 ‘공인받은 개소리’로 인정됐다.

이들 업자는 2014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인터넷이나 일간 신문 등을 통해 ‘평생 임대료’ ‘객실가동률 1위’ ‘특급호텔’ 등의 내용으로 분양 광고를 했다. 이들의 광고 문구를 보면 마음이 동해지는 게 사실이다. ‘매월 100만원 월급처럼 따박따박’ ‘실투자금 3000만원이면 연금처럼 매월 90만원 입금’ 등등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못 찾는 심리를 노렸다.


문제는 이 광고에 혹해 목돈을 넣었다가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개그는 개그일 뿐 맘에 둬서는 아니 되는 것처럼 광고는 광고일 뿐이다.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간 곤란하다.

아파트 분양 광고도 마찬가지다.‘OO역까지 5분거리’ ‘시청역까지 30분’이라는 광고 문구를 버젓이 내거는데 실제 알고 보면 대부분이 차량이 없는 새벽 시간대 제한속도를 넘어 달려야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수준이다. 허위나 과장이 ‘사익’이나 ‘기득권 유지’, 다시 말해 ‘돈’이나 ‘권력’을 노리게 되면 그게 ‘개소리’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종종 ‘부양론자’들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들 대부분은 부동산 개발 분양업자나 관료, 기자, 전문가 등의 직함을 갖고 있다. 각종 통계를 들이밀며 우려보다는 낙관을, 내려가기 보다는 올라가는 장밋빛 미래를 말한다. 사람들은 말하는 이들의 ‘전문성’에 눌려 경청하게 되는데 부동산시장이 ‘심리’로 움직이는 것이라 한동안은 그런대로 굴러가게 된다.

하지만 결국에는 금전적 피해를 보는 건 서민들이다. “빚내서 집 사라”는 말에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테니”라는 전제가 붙어있다고 믿었던 서민들은 대출 받아 분양 받았는데 앞으로 입주할 때 분양가보다 매매가가 떨어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래서 프랭크퍼트 교수는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더 위험하다고 단언한다. 거짓말쟁이는 참인 것을 일부러 틀리게 말해야 하기 때문에 진실이 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최소한 진리를 존중한다. 거짓말이 먹히기 위해서는 상당한 공을 들여 세심하게 지어내지만 개소리쟁이는 그럴 필요가 없단다. 개소리는 본질적으로 진리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진리를 말하는 사람들이나 언론이 몇이나 될까. 아니, 진리가 있기는 한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광화문]"10년간 月 1백만원 연금처럼 따박따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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